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올해를 가늠하는 첫 번째 키워드로 '평균 실종'을 택했다. 이유는 뭘까.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라는 지구촌 역병으로 온라인·비대면을 겪으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계를 맞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주요 키워드 또한 변화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말이 생기고 팬데믹이 끝날 시점이라는 희망적 메시지에서 엔데믹(Endemic)이란 말도 나왔다.
이제 시간은 그동안 우리가 상상해 왔거나 생각하는 바대로 흐르지 않는다. 중간이 사라지고, 정규분포가 없어지며, 평균을 초월하는 전략이나 핵심기술만이 살아남는다. 승자독식(The Winner takes it all) 시대다.
필자는 새해 초 전 직원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전략·원천 기술의 선구자'가 되자고 강조했다. 미래 성장동력이 꼭 필요한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에서는 핵심 원천기술과 부품·소재 기술 확보가 요구된다.
'트렌드 코리아 2023'는 선제적 대응기술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 인프라를 만들고, 전략기술을 성장 동력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전략으로 대외환경 변화에 대해 선도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래 신성장 동력이 예상되는 ICT 및 융합 전략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핵심 원천기술과 부품기술을 우선 확보하고 시스템 기술 개발까지 추구, 미래 먹거리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둘째 연구과제의 대형화·장기화를 통한 대형 성과 창출과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연구원의 수행과제가 소형화되고 단기화되면 성과 창출이 어렵다. 연구과제의 산업화 성공률을 높이려면 끝날 시점에서 응용단계라 할 수 있는 기술성숙도(TRL) 6레벨 이상의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연구수행 과제부터 미리 산업화 성과확산 전략을 꼼꼼히 세워서 성공적인 상용화로 이어져야 한다. 즉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빠지지 않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기술창업의 활성화를 유도, 산업발전에 기여하도록 힘써야 한다.
셋째 사회적 가치 실현과 지속 성장 요구에 따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혁신 추진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경우 연구개발(R&D) 수행과제 가운데 사회적 가치 실현, 공공현안·사회문제 해결형 과제를 적극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대학, 기업 등과 상생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성장동력 기술 혁신을 위한 전략·원천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진은 6세대(6G) 이동통신 분야에서 오는 2025년까지 세계 최초로 200Gbps급 6G 개념검증(PoC)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원천기술 확보에 노력해서 각각 256테라플롭스(TF)와 1페타플롭스(PF)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범용반도체를 개발, 세계적 연구그룹으로 발전한다는 계획이다.
또 ICT 융합을 통해 지능모빌리티, 국방, 에너지, 의료, 안전 등에 힘써야 한다.
지난주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글로벌 빅테크들 주요 관심사는 바로 지능모빌리티 분야였다.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고 가치를 키울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퀀텀점프가 필요하다. 국민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디지털 안전망과 AI 인프라 구축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더욱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위해 ICT가 힘써야 할 것이다.
'트렌트 코리아 2023'을 대표 저술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올해 평균이 실종됐기 때문에 대체 불가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제적 대응 기술의 필요성도 언급한다. 필자도 동의한다. 연구원 입장에서 대체 불가는 아무도 개발하지 못한 핵심·원천 기술 개발을 의미한다. 개발된 기술은 국제표준특허로 만들고 국제표준화로 연계해서 세계 최고 위치를 점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개발한 기술 상용화를 위해 전 연구진이 상용화 현장 지원, 기술 창업, 부서 간 협업사업을 통한 상용화 제고로 산업화에 성공해서 국민에게 답해야 할 것이다.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scbang@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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