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절실한 방산 대·중소기업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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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위산업 경쟁력은 전차·전투기·잠수함 등 육해공 무기 전반에서 상당히 높아졌다. 산업기술 발전과 남북 대치, 국방비 증가 등 여러 요인에 의한 결과다.

세계 5위 방산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신성장산업으로 발전이 기대된다. 이를 실현하려면 대·중소기업 상생이 필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방산물자는 금속·기계·화학·전자 등 여러 산업기술 복합체다. 부품 수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3만개, 전기차가 1만개인데 전투기는 22만개다. 방산 대기업 존립과 경쟁력에 중소 협력사가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방산물자를 우방국에서 수입하더라도 운용·정비·개량 등 여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한번 수입하면 수명 종료 시까지 의존하게 돼 우리 여건 반영이 어렵고 비용 부담도 커 자립화가 불가피하다. 셋째 방산 공급망은 원료·부품부터 최대한 국내에 구축돼야 한다. 안보 관련 수입 제한은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규범에서도 허용된다. 동맹국 의존도 최소화가 바람직하다.

미국은 이 원칙을 명확한 정책으로 체계화한 나라다. 군용 식품·섬유·금속은 원료부터 미국산만 허용하며 군수물품은 외국기업 입찰가격을 인위적으로 50% 높여 미국산을 구매한다. 외국기업과 경쟁하는 미국기업이 대기업이냐, 소기업이냐에 따라 외국기업 입찰가격을 각각 20%, 30% 높이는 일반물품보다 훨씬 강력한 우대 조치다.

방위산업 상생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이전부터 절실한 문제다. 그러나 2019년 산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53점으로 미흡한 수준이다. 생산·수출의 대기업 편중, 고도기술 부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 특유의 폐쇄성으로 중소기업이 상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방산 대·중소기업 상생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정부가 상생을 주도해야 한다. 방산물자는 정부가 독점 수요자다. 개념과 체계, 요구 조건, 규격과 성능, 수량과 인도 시기, 가격, 수출 등 거의 모든 것을 정부가 결정한다. 따라서 국방 연구개발(R&D)·방산업체 지정 등 개발, 생산 전 과정에서 정부가 상생 촉진을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자동차·전자·에너지 등 다른 산업 상생모델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11년 조성을 시작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은 지난해까지 대·공기업이 2조2000억원 이상을 출연해 41만여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기금 활용 상생협력 사업은 구매조건부 공동 R&D,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생산성 혁신, 해외 동반진출, 성과공유 등 매우 다양하다. 방산 분야에도 확대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를 활용해 우수 상생 방산기업을 선정하고 국방 조달, R&D 등에 가점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셋째 국방 조달은 혁신기업이 획기적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어도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 방산 대·중소기업은 전체 매출에서 방산 비중이 낮다. 민수품과 달리 시장을 스스로 개척하기 어려워 방산 설비 구축 및 전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군의 전투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혁신은 당장 필요하다. 무인기 대응 시스템, 전투 로봇, 야간 적외선 탐지 차단 전투복, 사용자가 조립 가능한 군용 안경 등 다양한 군수물자에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가 제조설비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히 보상받으며 쉽게 채택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입 무기에 대한 절충교역도 부품 수출 외 스타트업 기술 수출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런 사례가 축적되면 방위산업 전반의 혁신 역량이 높아지고 전문기업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조달 시 미국산 부품 비중을 55%에서 60%로 높였다. 이 비율은 내년 65%, 6년 후 75%가 된다. 핵심 품목에 대한 추가 가격 우대도 도입해 대상 품목과 우대 비율을 검토 중이다. 군수물자는 미국산 조달이 가장 강조되는 분야다. 우리도 명확한 정책을 설정하고 대·중소기업 상생으로 이를 실현해야 한다.

김영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yhk@win-wi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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