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대면진료 입법 '기술·서비스 진화' 고려해야

정부가 비대면진료 입법안에 담을 진료 대상 범위로 만성질환자, 도서산간, 감염병환자 등에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37개국이 도입한 비대면진료를 이제라도 법제화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미래 기술 발전 방향, 산업계가 원하는 방향과 차이가 큰 정부 입법 방향은 재고해야 한다.

정부 입법 방향대로라면 코로나19로 말미암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보다 정식 제도 도입 시 적용 범위가 더 줄어든다. 현재는 오남용 우려가 있는 약품과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수입·제조허가를 받은 의약품 처방을 제외하고는 제한이 없다.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에서 신속하게 비대면진료를 도입하기 위해 내린 전향적인 결정이다. 금지된 것만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다시 허용 분야만 정하고 다른 분야는 금지한다면 과거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비대면진료 기반이 되는 정보통신(IT) 인프라와 활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개발하는 벤처·스타트업도 많다.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 활용률도 높았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2020년 2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총 3500만건의 진료가 이뤄졌다. 코로나19 진료 관련이 2800건, 일반 진료가 670만건이었다. 비대면진료 이용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수요자인 국민이 비대면진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법안은 한 번 만들면 고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든다. 특정 기득권의 목소리만 들어서도 안 된다. 국민의 진료 선택권 확대와 의료 서비스 접근성 강화, 비대면진료 기술과 서비스 진화 등을 두루 고려한 비대면진료 입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