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 미만 사업장, 추가근로제 일몰로 범법자 신세"

중기중앙회, 제도 개편 토론회
"임금 삭감 안하려 주52시간 어겨"
"투잡 알아봐야" 근로자도 곤란
협단체 "근로시간 유연화"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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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경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 주최한 근로시간제도 왜?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토론회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적용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지난해 말 일몰 폐지된 가운데 중소·벤처기업계가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 등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가 제시한 1년간 계도기간은 임시방편일 뿐 중소벤처업계 실정에 맞게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으로 9일 국회에서 근로시간제도 개편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선 제도 일몰에 따라 30인 미만 사업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구경주 이플러스마트 대표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로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플러스마트는 30인 미만 사업장으로, 지난해까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도 일몰로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 여건이 크게 바뀌었다. 구 대표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라 임금이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100만원 삭감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그러자 근로자들이 마트 근로자 대표를 통해 근로시간 보장과 임금동결을 요구하면서 법적 조치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전달했다.

구 대표는 “저는 직원들과 공조해 (주 52시간제를 어긴) 범법자인가”라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직업선택 자유를 줬다면 그 안엔 근로시간 선택 자유도 부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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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무경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 주최한 근로시간제도 왜?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제도 일몰로 인해 곤란을 겪는 근로자 목소리도 나왔다.

장택한 보하라 과장은 “근로시간이 줄어 가정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돼 '투잡'을 알아봐야 한다”면서 “본업에 집중하지 못해 사업장에 피해를 주진 않을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인력난이 심한 상황에서 추가 인력 고용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업장별로 유연하게 근로시간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화는 맞물려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상희 한국공학대학 교수는 프랑스·독일·일본 등 해외 사례를 들어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유연화 제도도 함께 도입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디지털 산업경제시대 근무방식 변화와 MZ세대 등 근로자 선택권 요구 시대를 맞아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 등 중기·벤처 관련 협단체는 근로시간 유연화 촉구 목소리를 높였다. 협단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장근로시간을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자유롭게 연·반기·분기·월 단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 법제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문제는 기업 살길과 근로자 생계가 달린 민생문제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라며 근본적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일몰된 추가연장근로제 재입법화와 근로기준법 개정 시 '노사 합의 경우 근로시간 유연화' 반영 등을 향후 과제로 강조했다.

이 장관은 “70년 만에 근로기준법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로자 인권 보장 등을 전제로 기업과 근로자가 합의하면 법 테두리 안에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시행하는 법을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현장에서 제기된 내용을 토대로 업계 근로시간 제도 개선 관련 요구사항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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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경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 주최한 근로시간제도 왜?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토론회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앞줄 오른쪽 두 번째부터) 정우택 부의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한무경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