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재난관리학회장)(왼쪽)와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전자신문과 신년 대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민수 기자 mskim@etnews.com

2023년은 한국 경제와 산업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다. 경제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아무리 높아도 1.7%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1%대 성장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경기 부진과 침체, 장기적인 불황 진입을 예고한다. 정부를 비롯한 산업계에 어느 때보다 심한 고통이 예상된다.

대외 변수와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위기인 만큼 재난에 버금가는 상황이다. 경제와 산업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대응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올해 정부와 산업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위기 속에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지 재난·위기관리 전문가인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재난관리학회장)와 경제 전문가인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대담을 통해 모색해봤다.

대담=권건호 벤처바이오부장

-새해 우리 경제에 대한 진단부터 하고 싶다. 우리 경제 어떨 것으로 보나.

▲주원(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올해는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면서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완만하게 회복하는 'U'자형 시나리오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반등 전환점을 마련하면서 회복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 위기가 갑자기 튀어나와야 진짜 위기에 빠지는데 튀어나올 위기는 별로 없어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 중국 리오프닝,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축소 국면에 있다. 다만 반등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져 2024년까지 어려움을 겪는 'L'자형 시나리오도 배제할 순 없다.

Photo Image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재난관리학회장)가 전자신문과 신년 대담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김민수 기자 mskim@etnews.com

▲이재은(충북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재난관리학회장)=마찬가지로 지금 겪는 위기가 조금은 풀릴 것 같다. 최근에 급변하는 것 중 하나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전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종전에 부정적 입장에서 최근 선회했다. 코로나19 상황이 3년을 넘기면서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기로 한 점도 고무적이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보면 위기는 비정상적 상황이다. 비일상적, 비정상적 상황을 넘어 새로운 출구를 만들어 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수출 침체와 공급망 불안은 여전히 산업계에서 우려하는 요소다. 정부의 정책 대안은 어떤 것이 있겠는가.

Photo Image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전자신문과 신년 대담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김민수 기자 mskim@etnews.com

▲주원=하반기 경기가 반등하겠지만 속도는 장담할 수 없다. 보통 정부가 경제상황이 나쁠 때 대응하는 타이밍은 경기가 내려갈 때가 아니고 저점 부근에서 올라갈 때 경기 진작책을 써야 한다. 지금 내수가 힘든 건 고금리 때문이다. 통화정책방향이 금리 인하까지는 못해도 올 여름부터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시그널은 줘야 한다. 또 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은 없다고 했는데 상반기 예산 집행 목표가 65%여서 나머지 35%로 하반기를 살기엔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 추경도 과감하게 고려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해결되지 않으면 금리 인하로 선회하지 않을 것 같다. 경제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주원=향후 경제정책 최우선 목표를 '물가 안정'이 아닌 '불황 극복'에 두고, 침체의 폭과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경기 변동성 완화'에 주력해야 한다. 최근 급격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생각할 때 불황 극복에 보다 비중을 둬야 한다. 경제 심리의 급격한 냉각에 대응해 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소비 심리 악화는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불필요한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수급 불안 품목에 대한 신속한 공급 확대, 유통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관행 단속 등에 주력해야 한다. 경제 불확실성 속 기업 투자 심리가 냉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금 조달 시장 안정을 위한 미시적 대응 강화, 신기술·신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시장 규제 완화 등의 노력도 요구된다.

-국가적인 재난과 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국가 위기 대응 시스템이 중요하다. 경제나 산업에서도 카카오 먹통 사태 같은 위기가 있었다. 우리 정부의 경제와 산업관련 위기관리 시스템이나 체계는 어느정도 인가.

▲이재은=위기관리 측면에서 보면 국가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한 건 참여정부 초기였다. 당시 상황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국가 위기인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화물연대 파업, 철도노조 파업,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와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의 출현 및 감염 확산 등 위협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동일한 국가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초대형 산불, 코로나19, 폭우, 한파, 10·29 참사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과거보다 더 큰 위기가 발생하고, 피해 규모 또한 더 크다. 20년의 세월 동안 매뉴얼 보완이나 국가 위기대응체계가 발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 측면에서는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 경제성장이 이어져 왔고, 이 기조는 앞으로도 갈 수밖에 없다. (시스템보다는) 경제 사령탑이 컨트롤타워 역할하는 구조다.

-'국가위기관리 디지털 플랫폼 구축사업'을 제안한 적이 있다. 위기관리와 정보기술(IT) 체계에 관한 것인가.

▲이재은=미래 사회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자연재난이 슈퍼 재난 규모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식량난 발생과 사회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결국엔 국가들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갈 수 있다. 국가 위기관리에 IT를 활용하면 태풍, 집중호우, 산사태, 지진, 폭설, 폭염, 초미세먼지, 대형화재, 침몰, 추락 등 다양한 재난 솔루션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드론, 로봇 등을 재난관리에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Photo Image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재난관리학회장)(왼쪽)와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전자신문과 신년 대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민수 기자 mskim@etnews.com

-경제의 위기관리 측면에서 보완점은 무엇이 있겠나.

▲주원=코로나19 때부터 제기돼 온 문제인데 공급망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산업마다 쓰는 원부자재가 다르고, 세계화가 진전되다 보니 제품 만들 때 하나라도 제대로 공급이 안되면 아예 생산이 안된다. 정부 위기관리 능력이 이때 드러난다. 지난 정부에서 요소수, 와이어링 하네스 사태가 있었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무역보험과 수출물류비 지원 확대 정책 강화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 노력을 해야 하고, 공급망 위기를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산업별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지난 연말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노동시장이 안정적인 편인데 노동시장 재편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주원=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 침체에 따른 고용 창출력 급감에 대응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시장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 또 생산적 복지 확대 등 사회 안전망 구축도 병행해야 한다. 기업의 일자리 확대 또는 유지에 대한 재정 지원도 함께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전환에 따른 고용 재배치를 염두에 두고 재취업 교육, 신성장 부문 인력 육성이 필요하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안전의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나 조언 부탁드린다.

▲이재은=경제위기가 닥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위기관리, 재난관리와 같은 안전 영역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 국가 경제 활성화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인근 군부대 군인들과 군 장비를 이용해 잔해물을 한 곳으로 치워둔다. 그러다 보니 임시방편으로 잔해물을 한 곳으로 모아놓긴 했지만 산처럼 쌓아 놓은 재난 잔해물들이 여름철을 지나면서 동·식물이 부패하기 시작하고, 전염병이 발생하며, 서서히 인근 논밭이나 하천을 오염시키기 시작한다. 재난관리 선진국은 재난 피해지역 잔해물을 치우는 일부터 방역, 재난관리 컨설팅 등을 민간 사업자들이 수행하고 있고, 재난관리 컨설팅 사업만해도 한 회사에 고용돼 종사하는 사람들이 3000명 이상인 경우도 흔하다.

-민간도 위기관리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재은=지역사회 주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안전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역 주민 스스로가 안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개인의 안전은 개인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업이 실시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끝으로 2024년 이후의 우리 경제를 어떻게 예상해 볼 수 있겠는가.

▲주원=통계청이 2021년 12월에 내놓은 인구 추계가 있다. 그걸 보면 2025년에 우리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노인인구가 20% 넘는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노인부양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10년 후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예측으로는 미국, 유럽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 이민자를 받을지, 디지털 전환을 더 가속화할지, 정년퇴직을 미룰건지, 여성의 경제참여를 더 늘릴지 고민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노인 비중이 높다는 건 국가 부담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재정투입밖에 방법이 없다. 현재의 낮은 복지 지출을 OECD만큼 쫓아가야 하지만, 빨리 갈 수 없으니 복지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방향 설정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저성장 시대로 들어가는 국면에서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재은=초고령사회와 지역소멸은 위기관리 분야에서도 단연 화두다. 연금문제, 노후문제도 마찬가지다. 강조하고 싶은 건 지방정부 역할론이다. 2023년부터는 경제 중심이 정부·국가로 불리는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라고 불리는 지방정부로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다. 기획재정부 같은 정부 혼자 뛰어선 안되고 17개 지자체, 230여개 기초단체가 뛰어야 한다. 앞으로는 지자체라는 표현보다 지방정부라고 써야 한다. 지방정부가 스스로의 경제 역량이나 정치적 역량, 사회·문화 역량을 키워 전면에 나서야 한다. 각 도지사나 시장이 경제주체로 나서면 지방정부간 경쟁 속에서 국가 전체 파이가 커질 것이다.


정리=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