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위기를 기회로…SW 산업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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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4.1%인 것에 비하면 굉장히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급격한 글로벌 경제 변화로 올해는 세계적으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1997년의 경제위기를 포함, 1960년대 이래 대략 네 차례의 경제 위기를 기회로 삼고 극복한 저력이 있다. 2023년 위기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고, 그 기회의 중심에는 대한민국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SW 기술 기반으로 디지털전환(DX)을 추진하고 있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위기임에도 세계 기업은 올해 IT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3년 IT 제품 및 서비스 투자는 전년 대비 5.1% 증가한 4조6000억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가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토니 올벳 IDC 그룹 VP는 이러한 흐름이 “경기 침체에도 경영진은 기업의 차별화를 갖추기 위해 여전히 핵심 기술에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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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SW 산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연매출 300억원 이상 기업 수는 371개로 2021년 대비 13.8% 증가했고, 이들 기업의 매출 총액은 112조5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가했다. 종사자 수도 17만5100명으로 전년 대비 약 14% 늘어나 대한민국 SW 산업의 성장과 그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정부의 지원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반적으로 올해 지출 예산이 지난해 대비 감소했음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산은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첨단 기술력 확보,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 IT 인재 양성에 배정됐다. DX는 국가 경쟁력 향상과 기업 경영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 DX는 우리 삶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스타벅스의 경우 단순히 커피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과 SW 기술을 이용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사이렌오더, 개인화된 상품 제공 등 '고객 경험'을 강화함으로써 기업 혁신을 이뤄 냈다. 쇼핑, 세탁, 공공기관 업무 등 오프라인으로만 가능하던 일도 이젠 모바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비즈니스의 중심이 모바일 서비스로 변화해 가고 있다.

DX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빛을 더 발했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기존 시스템과의 간극이 발생했고, 자연스럽게 SW가 이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맡았다. 다시 일상이 회복된 후 근무 형태는 재택근무를 유지하거나 하이브리드 형식 또는 워케이션(Workation, Work+Vacation)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으며, 프리랜서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DX가 일터 개념을 바꿔 놓은 것이다.

새로운 경제 모델도 탄생했다. 전통적인 구조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분됐으나 이제는 구분이 모호해졌다.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의견을 전달해서 제품에 반영시키기도 하고, 유튜버처럼 기업 제품을 활용해서 다시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제품 구매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을 '소유' 개념으로 인식하였다면 이제는 사용한 만큼만 이용료를 지불하는 구독 서비스로 인식이 전환되면서 제품을 소유가 아닌 '대여' '공유' 대상으로 바꿨다. SW 산업 역시 초기 도입 시 높은 투자 비용, 설계·구축 단계에서 소요되는 시간, 리소스 관점에서 고객과 공급자 모두가 가장 효율적인 SaaS 형태로 전환하거나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삶을 다양하게 바꾸고 있는 DX, 그 핵심에는 바로 SW가 있어 이런 생활이 가능해졌다. 원활한 DX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SW 성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우리나라 SW 시장은 게임 분야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 글로벌 SW 시장에서 게임 SW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13%인 것에 비하면 굉장히 큰 차이다. 게임 외 타 SW 분야도 함께 성장해야 진정한 DX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SW 산업 육성과 더욱 다양한 SW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투자다. 정부는 국내 디지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신설했다. 빅데이터, AI, SW를 활용한 사회 문제 해결과 새로운 가치 창출이 주요 목표다. 현재의 전자정부를 넘어 각 행정 서비스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국민의 요구사항에 선제 대응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정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성공적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되기 위해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최대한 투명하게 정책을 수립·이행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개선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 또한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변화해 가는 시대 흐름에 맞는 규제 철폐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부처별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에 힘을 실어야 한다. 정부의 지지와 투자가 필요한 순간이다.

둘째 디지털 인재 양성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역량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디지털 인재 공급도 수요를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정부는 인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를 출범, 꽤 자세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을 마련했다. 인재를 단순한 코딩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성하는 것으로 정책을 세밀하게 마련, 칭찬할 만하다. 다만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기업도 함께 인재 양성에 동참해야 한다. 인재 양성의 역할을 정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요즘 모든 기업이 SW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교육, 금융, 제조 등 IT와 관련 없던 기업도 디지털 혁신을 위해 개발자를 채용하다 보니 개발자가 대기업으로 쏠리면서 중소기업에는 개발자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기업과 SW 기업이 손을 잡고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와 커리큘럼 개발, 인재 채용, 커리어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협업 생태계 구축이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행된 마이데이터 사업은 개인정보를 활용해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으로, 기업의 신사업 먹거리로 떠올랐다. 금융권의 경우 헬스케어, 유통, 게임 등 다양한 산업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서로 접점이 없던 산업 간 협업으로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가 탄생하고 있는 시대다. 굉장히 환영할 만한 현상이나 협업 시 간과할 수 있는 책임 주체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문제 발생 등으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감 있는 협업 생태계 구축은 DX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2023년 계묘년이라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2023년은 정말 위기의 해가 될 것인가. '위기는 기회다'란 명언은 존 F. 케네디가 '위기'(危機)의 한자를 보고 한 말이다. 위기는 위험할 '위'와 기틀 또는 기회라는 뜻의 '기'가 합쳐진 단어다. 위험한 상황 속에 기회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돌파 방법을 찾기 위해 새로운 생각과 접근법을 모색해서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한다. DX가 일고 있는 지금 디지털 기술은 더 이상 비용 소모가 아니라 운영 효율성,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투자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과 SW 기업에는 기회의 해가 될 것이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jhjoh@sw.or.kr

〈필자〉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은 2001년 유라클을 창업해서 22년 동안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소프트웨어(SW) 기업가이다. 2021년 2월부터 법정단체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18대 회장으로 있으면서 SW 산업 발전과 생태계 개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컴투스홀딩스 사외이사, 재단법인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이사로 있다. 지난해 9월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산업생태계분과위원장직을 맡은 데 이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1기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12월에는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국무총리실산하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SW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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