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7년 이후 5년 만에 무인기로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한반도 긴장 상태를 고조시켜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꾸려왔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바이든 미 행정부 등과 함께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이번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물론, 방사포 등을 쏘아대며 9.19 군사합의 무력화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9·19 합의를 명시적으로 위반하는 완충구역 내 방사포 등 포병 사격을 감행한 이후 이달 초에도 한미 포사격 훈련을 트집 잡아 동해 해상완충구역으로 포병사격을 벌이는 등 9·19 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해 왔다.
남측에 혼란을 주는 동시에 대비태세를 떠보기 위한 다목적 포석도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 무인기 침범으로 항공당국은 합동참모본부 요청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약 1시간 안팎으로 항공기 이륙을 중단하는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이 공개했던 서울 위성사진을 우리 측 전문가들이 '조악하다'도 평가하고 평양 고해상도 사진을 우리 정부가 공개하자 이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무인기를 내려보냈다는 분석도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0일 관련해 막말 담화를 쏟아낸 바 있다.
군에 따르면 북한 무인기 전력은 자세하게 파악되지 않았으나 300∼400대에서 많게는 1000대까지 개발해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무인기 전력은 주로 대남 정보 파악과 감시·정찰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군사적 도발이나 테러 등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무인기에 화학·생물 무기를 실어 테러를 감행하거나 국지도발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인기는 일반 항공기보다 속도가 느리고 비행 고도가 낮아서 비행기라고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기체에서 내는 열이 적어 열상 감시가 어려우며, 전파 반사 단면적이 작아서 레이더에 원활하게 포착되지 않는다. 특히 북한 무기처럼 동체를 하늘색으로 칠하면 지상에서 더욱 식별하기 어렵다. 군이 전투기뿐 아니라 공격헬기와 저속 항공기인 KA-1 경공격기까지 총동원해서 대응에 나선 이유다.
한편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은 2017년 6월 9일 북한 무인기가 강원 인제 야산에서 발견된 이후 5년 만이다. 당시 이 무인기는 MDL을 넘어온 것은 물론,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까지 내려가서 일대를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비행시간 5시간 30여분, 비행거리 490여㎞로 파악됐다. 성주 촬영 이후 북상하다가 엔진 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