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스크 자동화에서 프로세스 자동화로의 진화(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
국내 RPA가 도입된 지 3~5년이 됐다. 이 기간 주로 업무 담당자의 단위 업무를 그대로 레코딩해서 자동화했기 때문에 ‘태스크 자동화’라 부르며 이 태스크 자동화 단계를 국내 ‘RPA 1기’로 본다. 알다시피 담당자의 손을 가볍게 해주는 태스크 자동화는 기업 전체의 변화와 변혁을 가져오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리 RPA 시장은 기업의 본질적인 변화와 전사 확산에 대한 ‘갈증’과 ‘물음’을 갖기 시작했다. 이 갈증과 물음에 대한 해법이 바로 ‘RPA 2기’로 불리는 디지털 프로세스 혁신에 의한 자동화 단계다. 그렇다면 디지털 프로세스 혁신은 과연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지난 ①편(‘시민 개발자’를 춤추게 하라)에 이어 디지털 프로세스 혁신이라는 주제의 블루프리즘 김병섭 전무와의 대담을 요약한다.
Q. 태스크 자동화와 프로세스 자동화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프로세스 자동화가 왜 중요한지 설명해달라.
A. 국내의 많은 기업에서 태스크 자동화와 프로세스 자동화를 혼돈하면서 자동화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둘의 차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 태스크 자동화(Task Automation)는 특정 부서 직원이 담당하는 단위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행동 과정을 있는 그대로 레코딩해서 자동화하기 때문에 일의 순서, 역할, 책임 및 담당 조직 등이 바뀌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프로세스 자동화(Process Automation)는 태스크 업무들이 여러 부서를 거쳐 유기적으로 전개되는 워크플로를 재설계 및 자동화한다. 사람이 하던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 워커가 담당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세스로 재정의하기 때문에, 일의 순서뿐만 아니라 현업 업무 전문가의 역할과 책임,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조직 등이 새롭게 바뀐다.
태스크 자동화에서 프로세스 자동화로 넘어 가려면 ‘새로운 디지털 프로세스의 설계’에 있어서, 세 가지를 극복해야 한다. 시간, 공간, 사람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5가지 단계로 구성된 프로세스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5번째 단계의 프로세스가 4일 후에 시작이 된다면, 해당 단계의 업무의 시작은 SW로봇이 워크큐(Work Queue/자동화 프로세스들을 중앙에서 통제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의 형태로 가지고 있다가 4일 후에 자동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태스크 자동화에서는 4단계의 시작을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 업무를 시작한다. 당연히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태스크 자동화에서는 업무 흐름의 변화나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디지털 프로세스로의 전환과 혁신은 디지털 워커가 담당하는 새로운 형태로 업무의 흐름이 재설계되거나 재정의 될 때에 일어난다. 그래서 프로세스 자동화가 중요한 것이다.
Q. 올해 7월 기자 간담회에서 프로세스의 배포와 플랫폼화 전략에 대해서 강조했다. 다시 간략히 설명해줄 수 있는가?
A. 프로세스 자동화는 부서 및 직원별로 단절돼 있던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의해 새로운 엔드투엔드(End-to-End) 워크플로로 재설계하는 작업에서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자동화의 표준화, 부품화, 자산화를 기자 간담회에서 강조했다. 프로세스는 기업 대내외 상황에 따라 늘 변화하고 부서나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RPA에 필요한 기능 로직들을 IT 개발자가 표준화, 부품화해 놓으면 프로세스가 변경되더라도 시민 개발자가 손쉽게 원하는 부품을 활용해 새로운 프로세스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표준화된 부품(오브젝트)들을 기반으로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고 나면, 기업은 보다 더 쉽고 유연하게 디지털 프로세스를 배포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전사적인 확산도 쉬워진다.
Q. 그렇다면 기업이 이러한 프로세스 배포와 플랫폼화 전략을 위해 준비해야할 사항은 무엇인가?
A. 현업 업무 전문가가 설계하는 프로세스와 IT 전문가가 개발하는 오브젝트(object)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 둘을 분리해야 한다. 오브젝트란 앞서 표준화, 부품화를 설명하며 얘기했던 RPA 개발에 필요한 IT 기능 로직이다. 이 IT 기능 로직을 이용해 현업 업무 전문가는 보다 쉽게 디지털 프로세스를 재설계 할 수 있다.
만일 표준화, 부품화된 IT 기능 로직이 없다면 현업 업무 전문가들은 프로세스 재설계를 위한 별도의 툴을 찾아야 할 것이고 또 그 툴을 사용하기 위한 교육도 따로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다.
프로세스와 오브젝트를 분리해 프로세스 표준화와 플랫폼화를 이루어야, RPA 개발 생산성과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IT 개발자의 할 일은 디지털 프로세스 디자인이 아니라, 표준화, 부품화된 오브젝트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업무전문가는 이를 수백, 수천 개의 프로세스에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객체지향모델’의 개념이다.
Q. 태스크 자동화에서 프로세스 자동화로 진화하면서 조직의 형태도 변화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형태인가?
A. 프로세스 자동화는 기존의 프로세스를 디지털 워커 기반의 새로운 프로세스로 재설계한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역할도 재정의된다. 디지털 프로세스는 누가 책임지고 관리할지, 이를 위한 조직 형태는 어떻게 갖춰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이때 시작된다.
이에 대한 답이 바로 ‘자동화 CoE 조직’과 ‘로봇운영모델’이다. 자동화 CoE 조직의 역할은 자동화 전문가를 양성하고 프로세스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정의하며, 관련 지침 및 규정을 제정하는 것이다. 로봇운영모델을 만들고 운영 및 관리하는 팀도 지동화 CoE 조직에 속한다.
Q. 태스크 자동화에서 프로세스 자동화로 진화하면서 비즈니스 가치가 증대된 사례가 있는지?
A. 홍콩상하이은행(HSBC) 사례를 말씀드릴 수 있다. HSBC의 글로벌 자동화 CoE 조직의 헤드인 마누 어거스틴(Manu Augustine)은 “2017년에 200개였던 디지털 워커를 2022년 7월에 1000개 이상으로 증가시켰다. HSBC는 태스크 자동화에서 탈피해 프로세스 자동화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프로세스 자동화 부품화와 자산화를 주요 KPI로 여기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60개가 넘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표준화된 프로세스 자동화 부품을 활용해 획기적으로 상품 출시 기간을 단축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 기간 출시한 상품인 중 하나인 대출 상환 유예 상품의 경우, 정부의 구제 조치에 따라 엄청난 양의 신청이 고객들로부터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표준화된 부품을 활용하여 프로세스를 빠르게 개선하고, 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스피디 콘잘레스(Speedy Gonzales)라는 이름의 지능형 자동화 봇을 개발했고, 프로세스 플랫폼화 전략에 따라 신속히 전 지점으로 봇을 확산할 수 있었다. 이 봇을 디자인 및 테스트하고 전 지점으로 확산해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데까지 단지 3주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HSBC는 프로세스 플랫폼화 전략 기반의 프로세스 자동화로 신속하게 봇을 구현하고 무엇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한다는 금융 비즈니스의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연재 순서]
① RPA에서 시민 개발자의 역할과 역량 내재화
② 태스크 자동화에서 프로세스 자동화로의 진화(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
③ 디지털 프로세스로의 혁신(태스크, 프로세스 마이닝을 통한 디지털 프로세스 혁신)
④ 디지털 프로세스로의 혁신을 주도하는 자동화 CoE 구성과 사례
⑤ RPA 관련 CIO의 두가지 고민 – 시스템 통합과 'RPA + AI'
전자신문인터넷 유은정 기자 (judy695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