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부장업체 탈중국 양상 '한일전' 예상

탈중국을 검토하는 글로벌 소부장업체 유치를 두고 한일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팀에게 의뢰한 '글로벌 소부장업체 국내 투자유치 전략 보고서'를 22일 발표했다.

중국에 위치한 다수의 글로벌 소부장업체는 코로나 봉쇄 경험과 그에 따른 인건비 상승, 미중 패권 경쟁 심화가 촉발한 공급망 불안 고조로 인해 탈중국을 검토 중이다. 주중 EU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유럽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진행중이거나 계획된 투자를 중국 외 국가로 이전할 것을 고려하는 비중은 23%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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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EU기업들 중 타국으로 투자 이전 검토중인 기업 비중 (자료 대한상의)

글로벌 소부장업체 탈중국 양상은 한국에 큰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들이 선호하는 대체후보지로서 요건을 일본 또한 갖고 있어 국내 유치를 두고 일본과 경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이 아세안 국가 대비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전반에서 '아세안 시프트(ASEAN shift)'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세계공장' 역할을 이어받으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소부장의 경우 공급망의 운영·유지에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생태계가 필요하므로 아세안보다는 한국과 일본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지리적 인접성을 갖추고 중국과 문화나 종교적 이질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 한국과 일본이라는 점은 호재 요인이다. 대만 역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중국 리스크'가 있어 불안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한국이 경쟁국보다 빨리 글로벌 기업 유치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모두 별도의 소부장 정책을 통해 자국의 소부장 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정책은 미비하다고 진단했다.

일본보다 한발 빠른 파격적 투자유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국기업의 비자, 세제, 환경 등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세액공제 및 규제완화 특례 등을 제공할 것을 제언했다. 해외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크기를 투자기간에 비례하도록 설계해 국내 소부장 생태계를 중장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위기와 기회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며 “글로벌 소부장업체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국내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또다른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