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직제 개편을 두고 산업계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경은 기존 '과' 단위에서 담당하던 가전 부문을 '팀'으로 이관시킨 것이다. 기존 전자전기과가 담당하던 가전 부문을 분리해서 신설된 디스플레이 가전팀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직제 개편은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지형 변화를 여실히 보여 준다. 전자전기과와 반도체디스플레이과는 배터리 및 반도체만 전담시켜 각각 배터리전자과, 반도체과로 재편된다. 기존 핵심 업무 영역인 가전과 디스플레이는 분리돼 '과'보다 작은 조직인 팀으로 묶였다. 반도체·배터리는 우리나라 전자산업 미래로 주목받으면서 당당히 단일 부서로 격상됐다. 반면에 가전·디스플레이는 팀제로 격하됐다.
가전 홀대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배터리 등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정부 무관심이 더 심해졌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전자전기과 내 가전 담당자가 2~3명은 됐지만 최근 1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담당 공무원을 줄인 것도 모자라 기존 과 단위에서 팀으로 격하시킨 것은 정부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가전 산업의 위치를 명확하게 보여 준다.
국내 가전은 삼성전자, LG전자를 필두로 중견·중소 가전사까지 세계 시장에서 펄펄 날고 있다. 삼성전자는 16년째 글로벌 TV시장 1위를 차지하고, 비스포크 등 맞춤형 가전이라는 새 트렌드도 만들었다. LG전자는 지난해 사상 첫 생활가전 시장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굳건히 자리 잡았고, 정책 발굴이나 연구개발(R&D) 지원이 반도체·배터리 등과 비교해 덜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국가별 규제도 적어 민간에 맡겨도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전 시장은 하드웨어(HW) 경쟁을 넘어 콘텐츠와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SW) 파워 게임으로 바뀌고 있다. 가전에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가전사는 자체 R&D는 물론 구글, 아마존, 애플 등 플랫폼 기업과 손잡고 경쟁적으로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기부터 부흥기까지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던 가전은 전자기기 등 후방산업과 반도체, 배터리 등 연관산업의 기술력 확보에 큰 역할을 했다. 스마트홈, 스마트가전 등으로 대변하는 미래 패러다임과 후방·연관 산업 성장, 제조 경쟁력 재확보 등을 위해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가전에 국한하지 않고 전자산업 전반을 이해하고 미래 흐름을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정부의 의지가 요구된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