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경쟁체제를 평가한 분과위가 판단을 유보함에 따라 사실상 경쟁체제가 유지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거버넌스 분과위원회'가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한 평가를 19일 마무리하고 평가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는 철도 국영체제에 따른 적자구조와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 일환으로 도입됐다. 2004년 철도청에서 코레일로 전환하고 2013년 SR 설립을 통해 공기업 경쟁체제가 본격화됐다. 중복비용 등에 대한 주장에 따라 2017년부터 다시 통합이 논의됐다. 분과위는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공기업 경쟁체제 평가가 포함되면서 검토하게 됐다.
분과위는 2020년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경쟁체제가 정상 운영된 기간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에 불과해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경쟁으로 인한 국민의 혜택이 늘었으므로 공기업 경쟁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첨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쟁체제 유지나 통합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철도 경쟁 후 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주장했다. 코레일은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하고 SR은 KTX대비 10% 요금을 할인했다. 연평균 1506억 할인 혜택이 제공된데다 서비스도 향상됐다고 평가됐다. 뿐만 아니라 SRT에 KTX 보다 높은 선로사용료 체계가 적용돼 고속철도 건설자금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구조까지 마련됐다.
통합 측은 연간 최대 406억원에 달하는 중복비용을 줄이고 이원화 서비스로 인한 이용자 불편도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복합열차 운행 등을 통해 운행횟수도 증가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국토교통부는 판단을 유보한 분과위 종합의견을 존중해 수용한다고 밝혔다. 통합 판단이 유보된 만큼 사실상 경쟁 체제는 유지되는 셈이다. 국토부는 분과위 논의과정에서 공기업 경쟁체제의 운임·서비스 개선, 철도 건설부채 상환구조 마련이라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앞으로도 국민 혜택은 늘리고 미비점은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나라별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해외에서도 독점에서 경쟁으로 전환이 철도 발전의 기본 방향”이라면서 “국민의 이동을 책임지는 철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내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