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 “좋은 SW로 자동차 서비스 품질 혁신"

현대오토에버-엠엔소프트-오트론 합병 시너지 효과
계열사, 부품사에 개발 환경 통합 플랫폼으로 제공
디지털 트윈 가상검증환경 내년 이후 상용화 가능

Photo Image

통신사 근무 시절 클라우드 전도사였다.

클라우드 필요성과 시장 잠재력을 확신하고 서비스 개발을 제안했다. 우리나라 클라우드 서비스 태동의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열정을 자동차 산업으로 옮겨왔다. 자동차 서비스 품질 강화를 위해 클라우드에 버금가는 혁신적 소프트웨어(SW) 발굴과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는 '자동차를 위한 좋은 SW'를 만드는 게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전통적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 최우선 순위는 혁신적 자동차 SW 개발이다.

자동차에서 SW 중요성과 활용도가 높아지고 하드웨어(HW)·SW 분리가 늘수록 서 대표와 현대오토에버가 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ver The Air, 이하 OTA)를 비롯 SW 개발·테스트 플랫폼, 가상 검증환경 개발에 한창이다.

서 대표를 만나 현대오토에버 사업 현황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대담=김원배 ICT융합부장

-지난해 4월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이 합병했다. 처음 설정한 목표대로 가고 있나.

▲현대자동차 ICT본부장을 하다가 지난해 3월 합병된 현대오토에버 대표로 취임했다. 3사 간 합병 목표는 시너지 창출이었기 때문에 취임 이후 크고 작은 몇 가지 조치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합병 자체만으로 좋아지는 부분이 있다. 규모가 커지니까 채용에서도 유리하고 기술적 측면에서도 서로 도와줄 부분이 많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면서 간접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3사가 뭉쳐 현대차 SW를 다루니까 주식 시장에서 평가도 좋아져 주가도 많이 올랐다. 무엇보다 규모가 커지니 힘 있게 새로운 것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게 장점이다.

-취임 이후 역점을 두고 해온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비용을 받고 필요한 것을 개발하는 다른 시스템통합(SI) 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직원들에게 좋은 차를 만드는 SW에 집중하자고 했다. 대외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었다. 반면에 좋은 차를 만드는 것과 직접 관련된 것은 내재화하도록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현대오토에버 목적은 대외 사업을 통해 외형적 매출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를 위한 좋은 SW를 만드는 데 있다. 그것은 차 내부에 설치되는 SW일 수도 있고 공장에서 제조와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일 수도 있다.

SW 중에서도 SW 개발과 관리, 검증, 테스트를 위한 SW가 중요하다. 개발자가 일하는 환경이 잘 갖춰진 회사가 좋은 SW 회사라고 생각한다.

Photo Image

-현재 현대오토에버가 안팎으로 직면한 현안, 도전사항이 있다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이 확산되며 차량 SW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향상이 화두가 됐다. 차량에 사용되는 SW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며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더욱 늘어났다. 기존 SW 검증 방법으로는 차량 개발 주기를 맞출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량 제조사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적시에 개발하고 품질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역량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차량과 차량 내 서비스가 제때에 개발되고 출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과제이다.

-차량에서 SW가 얼마나 중요해질 것으로 보는가.

▲차 1대에 들어가는 SW 가격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계산이 되지 않는다. 공조시스템, 조향장치 등 전체로 계산하지, SW를 별도로 구매하거나 계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부분이 그렇다.

그런데 엔진 제어든 배터리 운영이든 에어컨이든 대부분 장치에서 SW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매킨지는 차량 부품 구매 비용 중 SW 비용이 7%에서 20%까지 커진다고 내다봤다.

또 하나의 트렌드는 하드웨어(HW)와 SW가 분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완성차 기업이 SW가 중요해지니까 SW를 별도로 구매한다는 얘기다. 결국 SW 품질이 좋아야 한다.

특히 자동차는 PC나 휴대폰과 달리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SW 품질검사가 필요하다. 자동차 SW를 개발하고 개발 기간과 비슷한 기간 동안 테스트를 하는 이유다.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계열사, 부품사에 개발 환경을 통합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검증·테스트 등을 아웃소싱으로 제공하는 일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차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OTA를 예로 들면 지금은 각 개발부서에서 필요한 기능을 개발, 테스트, 인증을 다 한다. OTA 개발에 필요한 공통기능을 묶어 개발 플랫폼으로 만들어 제공하거나 검증과 테스트를 우리가 해주면 업무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개발환경 플랫폼 통합은 현재 진행 중으로 이미 꽤 많은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하나의 신사업으로 삼고 있다.

-테스트나 검증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안은.

▲HW를 가상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디지털 트윈 가상검증환경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프로토타입이 나왔고 내년 이후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디지털 트윈을 이용하면 실제 차를 만들어 테스트하는 것보다 개발 기간과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모든 검증을 다 할 수 없겠지만 일부라도 가능하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상환경에서의 테스트가 정확할 수 있다.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의 경우 브레이크가 잘 밟히는지를 테스트할 때 수백만번씩 무제한으로 조건을 바꿔서 테스트할 수도 있다.

Photo Image

-SW 개발 플랫폼이나 스마트팩토리, 가상환경 솔루션 등 외부 판매 계획은.

▲SW 개발 플랫폼을 다른 산업에 판매할 계획이다. 도심항공교통(UAM)이나 로봇 등에 적용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농기계 제조사 등에서는 플랫폼에서 필요한 기능만 골라 사용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 초기 단계이고 중장기적인 목표다.

좋은 차를 위한 SW에 집중하되 그 밖의 사업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지나치게 많은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하는 사업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차량 SW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독형 모델 제공에도 힘을 쏟는 것으로 안다.

▲구독형 모델은 여러 장점이 있는데 고객이 SW에 대한 투자와 기술 트렌드에 대해 우리를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구독형 사업을 통해 고객은 여러 이점을 취할 수 있다. 고객이 구축하고자 하는 시스템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만 선택해 사용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조합할 수 있고 제품 선택 유연성이 넓어진다. 별도 투자 없이 제품·서비스를 구독 방식으로 조정할 경우 언제나 최신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 사용이 가능하다.

-사회 전반에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가 우리나라 디지털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사회 전반의 디지털 대전환 흐름은 차량 내부와 외부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차량은 외부와 보다 많이 연결되고 차량 내부 SW는 차량 출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업데이트된다.

현대오토에버는 이 과정에서 차량이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클라우드 등 인프라를 제공하며 차량 내부 운용체계(OS)라고 할 수 있는 SW 플랫폼을 개발하고 업데이트한다. 우리는 이런 사업을 통해 디지털 대전환을 차량 안으로 확장하고 모빌리티 혁신을 일으키면서 미래차 시대를 앞당기는데 기여하고 있다.

차량 SW는 새롭게 주목받는 분야인 만큼 국가 간 기술과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현대오토에버는 한국을 대표하는 차량 SW 기업으로서 국내 차량 SW 혁신을 이끌고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계속 높여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신입사원을 많이 채용하는 이유는.

▲현대오토에버 직원은 현재 4000여명으로 내년엔 45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스마트팩토리 전용 개발자만 100명이고 보안 인력도 두 배로 늘었다.

지난해 합병 이후 신입 사원만 600명을 채용했다. 과거엔 경력을 많이 뽑았는데 요즘은 70% 이상 신입을 뽑는다. 과거엔 70%가 경력이었다.

자동차 SW 분야 경력자를 채용하기가 어려운 이유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신입을 많이 뽑아야 한다. 대기업이 경력을 채용하면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가중된다. 신입 사원은 긴장감도 있고 경력직보다 이탈률도 적다.

Photo Image

-전자신문이 올해 창간 40주년을 맞았다. 전자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전자신문은 가치 있는 정보와 통찰력을 제공해 국가 경제와 지식산업을 선도해왔다. ICT를 넘어 이제는 모든 산업과 경제 이슈를 다루는 융합미디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가 엔터프라이즈 영역뿐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를 포함해 자동차 SW 전문사로 도약하는 모습과 전자신문의 성장과 비슷하다.

현대오토에버는 SW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자동차의 시대가 우리 곁에 더 빨리 다가올 수 있도록 개발부터 생산, 소비의 끝단까지 전 주기에 걸쳐 SW 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서정식 대표는

1992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미국 버클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995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이후 아서디리틀코리아, 하나로텔레콤을 거쳐 2007년 KT에 합류했다. KT에서 클라우드추진본부장(KT클라우드웨어 대표 겸직)으로 KT의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와 확산을 주도했다. 이후 대림 IT계열사를 거쳐 2018년 3월 현대자동차 ICT본부장(전무)으로 부임했다. 3년간 현대차 ICT 혁신을 담당하다가 지난해 3월부터 현대오토에버 대표를 맡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