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문화예술과 GO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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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이거 예술이다.”

11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으로 출시된 액션 어드벤처 게임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를 플레이하며 절로 나온 감탄이다.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사실감 넘치게 표현된 웅장한 자연환경은 시작에 불과했다. 내가 조작하는 캐릭터가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연출 속에서 살아 숨쉬는 모습은 어떤 예술 작품보다도 감명 깊게 느껴졌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 산하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라그나로크는 글로벌 유수의 게임 시상식에서 유력한 '올해의 게임(GOTY)' 후보로 손꼽힌다. 콘솔 게임이 줄 수 있는 재미는 물론 작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서사, 신화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스토리 라인, 그래픽과 음악 등 여러 측면에서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또 다른 GOTY 유력 후보 중 하나인 '엘든 링' 역시 게임성을 예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상을 초월한 다양한 모험 요소와 눈에 비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방대한 오픈월드의 풍광,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전투 시스템으로 세계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작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엘든 링을 두고 “내가 본 예술 작품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평하기도 했다.

게임은 종합 예술이다. 음악과 영상, 미술에 최신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창작자가 만든 작품을 일방적으로 보고 듣는 감상의 영역을 넘어 작품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등장인물로서 플레이한다.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며 느끼는 '재미' 그 자체를 예술을 표현하는 구성 요소로 담아낸다.

국내에서는 올해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문화예술'의 범주 안에 게임을 포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내년 3월 개정안이 시행되면 문화예술로서 게임 창작과 종사자를 지원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가장 고무적인 점은 사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컸던 게임이 문화예술의 한 갈래로서 대중적 인식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사 스스로도 기존과는 다른 행보를 준비 중이다. 모바일과 확률형 아이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진 'K-게임' 공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으로 도전에 나선다. 특히 한국 게임 불모지로 여겨지던 콘솔 플랫폼에서 새로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이 출시를 예고했다. 내년에는 그야말로 '예술적인' K-게임 대작을 세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1년 후 이맘때쯤이면 다시 펼쳐질 GOTY 경쟁 후보작 목록에 한국 게임의 이름이 당당히 오르기를 바란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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