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조사를 거부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를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7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달 2일과 5일, 6일 등 세 차례에 걸쳐 화물연대 사무실로 조사관을 보냈으나 건물에 진입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 측 법률대리인에게 현장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회신을 통해 “공정위가 조사의 적법성, 명확성, 현장조사 필요성 등과 관련해 충분히 설명·해명하지 않는다면 현시점에서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조사는 최종적으로 불발됐다. 공정위는 “6일까지 화물연대가 현장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조사 거부방해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폭언·폭행,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지연 등을 통해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자료 은닉·폐기, 접근 거부, 위·변조를 통해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피심인 입장에서 조사 방해에 따른 형사 처벌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정위 소관 10개 법률의 기업 처벌 항목 274개 중 217개를 개선해야 한다고 기획재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이중 조사 방해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제 관련 법률의 과도한 형벌이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과태료 처분으로 전환하는 등 비범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7월 범부처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으며 8월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경제형벌 규정 개선 추진계획 및 1차 개선 과제가 보고됐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설립·전환 신고의무, 지주회사 사업내용 보고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사 방해 형벌조항 완화는 1차 회의에서는 빠진 상황이다. 당시 정부는 “전반적인 정부의 행정조사 관련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화물연대 조사 거부로 조사 방해 처벌 완화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정위 내부에서는 현장조사 불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공정위가 조사 거부에 효과적인 제재 수단을 갖추지 못할 경우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조사 방해에 법적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