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벤츠·BMW'도 물류 대란

지난달 24일 시작한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로 국내 완성차와 타이어에 이어 수입차 업계까지 피해가 커지고 있다. 열흘 넘게 신차를 운반하는 '카 캐리어' 투입이 지연되자 각 업체는 대체 차량 찾기 등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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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임시번호판을 단 신차가 로드 탁송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계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가 길어지자 이번 주에도 대체 인력을 고용해 공장 내 신차를 몰고 지역 출고센터로 운송하는 '로드 탁송'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 광주공장 등에서 하루 수백명의 단기 탁송 기사가 투입되고 있다. 로드 탁송 과정의 품질과 안전 우려에 따른 대비책도 세웠다. 현대차와 기아는 개별 탁송하는 차량에 대해 품질보증 주행거리를 2000㎞ 연장해준다.

타이어 업계도 탁송 차량 부족으로 완성차 납품과 수출에 꼭 필요한 물량을 제외하고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공간이 부족해지자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지난주부터 20∼30% 감산에 돌입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과 금산공장도 컨테이너 입출고율이 급감했다. 공장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실어 나를 컨테이너 반출량이 줄면서 입출고율이 파업 전의 40%대까지 하락했다. 파업이 더 장기화되면 추가 생산 차질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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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 전경.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그룹코리아,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등 주요 수입차 업체들도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이들과 계약한 탁송 업체와 일부 직원들이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와 달리 이번 파업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하고 있어서다. 여러 탁송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완성차나 타이어 업계와 달리 물량 규모가 적은 수입차 업체들은 특정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국법인에서 보증 문제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어 완성차처럼 로드 탁송 등도 쉽지 않다.

수입차는 국내 완성차보다 신차 인도 과정이 복잡하다. 해외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해 자동차 운반선을 실어 한국으로 들여온다. 항구에 도착하면 기사들이 차량을 육지로 내려 탁송 차량에 싣고 PDI 센터로 보낸다. PDI 센터에서는 손상 가능성을 점검하고 한국형 장비를 장착하며 출고 시까지 차량을 보관한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전국 딜러사로 이송해 고객에게 차량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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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전시장 전경.

한 수입차 한국법인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본사와 딜러사가 보유한 카 캐리어와 개인이 운영하는 카 캐리어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나 물량 대응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면서 “지난주까지 일주일 정도는 여파가 크지 않았지만, 이번 주부터 추가로 들어오는 물량부터는 수입 단계부터 물류 차질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량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수입차 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동차 운반선 부족과 운송료 인상에다 탁송 문제까지 겹치면서 고객 대기 기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11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 대수 25만379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5만2242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