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동차 기술 규제는 간단하고 명료해 규제 대응 절차가 한번 갖춰지면 큰 변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자동차 기술 규제 범위가 확장되고, 더 복잡해졌습니다.”
신승원 현대자동차 상무는 최근 자동차 산업이 포괄하는 기술 영역이 확장되면서 관련 기술 규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 예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등 과거 비자동차 영역이었던 항목도 자동차 산업 내 규제 대상으로 포함되고 있다. 특히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규제를 빠르게 도입, '규제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신 상무는 “최근 제정된 사이버보안이나 자율주행 기술 관련 규제를 보면 기술 안전성이나 지속성을 기업 스스로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으로 채택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주요 선진시장의 새 규제를 기타 국가나 지역에서 채택하는데 일정 기간 격차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시간 차이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또한 지난해 칠레 정부가 자동차 안전인증을 규제하면서 '비상사태'를 겪었다. 지난해 11월 칠레 정부는 수출 완성차 대상 안전 인증 법규인 'Supremo No.26, Exenta No.48'을 개정해 차량 안전 규정을 강화하고, 라틴(Latin) NCAP 라벨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 규정 개정안을 공표했다.
이 규제는 안전벨트, 승객감지 시스템, 카시트 탈부착 장치, 안전등급 라벨링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규제 강화 내용을 포함했다. 발효일 후에 신차는 1년, 기존 차는 2년 간 유예기간을 거쳐 규제에 대응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이 같은 규제를 시행하면서 약 30개월 간 유예기간을 부여한 것보다 촉박하게 시행한다고 밝힌 셈이다. 평가 항목이나 규제 기준은 칠레 법규에서 채택중인 국제기준(UN ECE)에 따른 안전성 기준보다 엄격했다.
이에 현대차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운영하는 무역기술장벽(TBT) 대응 지원 서비스를 활용해 관련 애로를 호소했다. TBT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이 애로를 접수받은 국표원은 '신형 모델'은 12개월에서 24개월로, '모든 모델'의 경우 24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해 달라고 칠레 정부에 서한을 통해 요청했다. 칠레 정부는 우리 정부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관련 규제에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현대차는 고도화하는 자동차 기술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TBT종합지원센터에 화학물질규제 교류회도 제안했다. 화학물질 관련 기술 규제가 제조업 전반에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 상무는 “규제의 글로벌화로 유럽의 공격적인 규제를 타 국가가 수년 내 동일 수준으로 채택하고 있다”면서 “선진국 뿐 아니라 개발국 규제 파악을 위해 실무자 간 정보 소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유럽은 2020년 하반기 유럽 '그린 딜(Green Deal)' 핵심과제 중 하나인 'CSS(Chemical Strategy for Sustainability)'가 발표된 이후에는 유해성이 입증되기 전이라도 잠재성이 있는 수천개 물질을 한꺼번에 규제한다”면서 “타 산업과 연관한 기술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고려해 정부와 업계가 다각적으로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