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모두의 책임 '금융권 내부통제'

“회사도 라임펀드 판매를 검토했어요. 당시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에서 이상하다며 상품 출시를 반대했죠. 영업 부문에서 꼭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조직 문화가,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이 워낙 강력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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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사태가 터진 2020년 당시 모 증권사 관계자는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렸다. 금융사마다 금융소비자 보호 담당 조직이 있지만 상품 출시 심의 등 주요 업무 전반에 걸쳐 미치는 영향력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모펀드의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태에다 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태까지 발생하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내부 통제체계를 재점검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올해 가동하고 있다. 임직원 불법행위와 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는 차원이다.

TF에서 실제 각 금융사의 내부통제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황당한 사례가 다수 나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서 의무로 내부 통제체계를 구축·운영해야 하는데 이를 실제 경영과 조직문화에 녹여내지 않고 표준 내부 통제기준을 자사에 최적화하지 않은 채 그대로 문구만 적용한 이른바 '무늬만 내부통제'를 해 온 금융사가 있었다고 한다.

내부통제 기준 미비의 책임을 하위 직원에게 돌리는 구조도 있었다. 모 금융사는 하위 직원에게 위임해서 대표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사례도 드러났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인해 금융사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내부 통제와 불완전판매 책임을 어디까지 질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뜨거운 감자다.

금융위는 내부통제 TF를 운영한 결과 대표가 내부통제 총괄책임자인 만큼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금융사고를 대표가 방지하기는 어려운 만큼 책임 범위를 중대 금융사고에 한정할 방침이다. 무조건적 제재가 아니라 금융사고 예방과 적발 시스템을 적절히 갖추고 운영했다면 책임을 경감하는 방안도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사 이사회가 경영진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감독하도록 의무를 명문화하고 업무별 임원이 내부통제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임원별 책무도 구체화, 부문별 책임구조를 확립하기로 했다. 올해 금융권은 사모펀드 사태부터 직원 횡령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발생한 큰 사건 사고로 곤욕을 치렀다. 금융소비자는 믿고 맡기는 은행을 신뢰하기 어려워졌고, 책임감과 신뢰를 가장 큰 자존감으로 여겨 온 은행원들은 허탈감에 빠지기 충분했다. 지난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통제 제도개선 TF에서 도출한 결과물이 금융권 신뢰 회복과 변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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