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미래 핵심 경쟁력은 '지속 가능성'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보기기의 고성능·고용량화로 저전력·친환경 제품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리더들은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기술 연구개발(R&D) 단계부터 공급망 구축까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분야 소부장 제품의 성능 고도화 선결 과제로는 '저전력'이 꼽혔다.
29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전자신문이 공동 주최한 '2022 글로벌 소부장 테크페어'에서 유니버설디스플레이(UDC),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LG화학, 앱솔릭스(SKC자회사) 등이 소부장 미래 전략과 기술 로드맵을 공유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마이크 핵 UDC 부사장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차세대 소재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핵 부사장은 인광유기발광다이오드(PHOLED)를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핵 부사장은 “UDC는 PHOLED 기술을 고도화해서 전력 소비를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디스플레이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차세대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PHOLED는 기존 형광 OLED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다. UDC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청색 PHOLED를 개발하고 있다.
UDC 전략은 스마트폰, TV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까지 확대되는 OLED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핵 부사장은 “고효율 신소재를 확보해야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면서 “PHOLED 소재 사업을 위해 제조, 품질, 주문 이행 등 공급망 관리도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도 자동차 OLED 시장 확대에 대응, 저전력 기술로 승부수를 던졌다. 텐덤 OLED가 주인공이다. 텐덤 OLED는 발광 소자를 여러 층으로 쌓는 신기술이다. 디스플레이 경량화뿐만 아니라 전력 효율성을 기존 LCD 대비 60% 높일 수 있다. 손기환 LG디스플레이 상무는 “차량용 OLED 역시 ESG와 전기차 트렌드에 따라 저전력 및 경량화가 필요하다”면서 “할로겐 없는 소재 등 유해 물질 최소화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소재에서도 지속 가능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위기에 대응, 소재 재활용·재사용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강화에 나섰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켐코와 전구체·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JV) 설립 추진이 대표 사례다. 시장 수요에 대응, 해외 생산 거점도 대거 확충할 계획이다.
반도체 소재·부품 업계에서도 전력 효율이 대표 성능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앱솔릭스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글라스 기판'으로 고성능컴퓨팅(HPC)용 패키징을 지원한다. 앱솔릭스는 글라스 기판으로 고객사 지속 가능성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진 앱솔릭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4만8000㎡ 규모 경기도 용인의 한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전력 사용량을 50% 절감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확보했다”면서 “연간 전기료를 36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소부장 수요·공급 기업 대상 1대1 상담회도 열렸다. 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수요 기업과 중소·중견 공급 기업 간 비즈니스 창출 기회가 마련됐다. 통계활용대회와 국민참여R&D공모전 시상식도 개최됐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부터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소부장 산업 핵심인 글로벌 공급망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소부장 테크페어가 우리 소부장 산업계의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업에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