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자동차야? 비행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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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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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우리나라는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우주로 날려 보내는데 성공했다. 한국이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세계 일곱 번째 국가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국가 주도로 발전하던 우주개발에 국한되지 않고, 우주로 가고자 하는 열망을 이루기 위해 세계 부호가 직접 뛰어들고 있다. 영국 억만장자 리저드 브랜스는 고도 88km 상공에서 4분간 미세중력 체험을 했고,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도 우주 상공에서 160km를 여행했다.

부호들이 단지 과시를 위한 행동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다가올 미래, 우주로 향하는 모빌리티 시작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미래항공 모빌리티의 기술적 진보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도시 인구증가로 인한 교통혼잡, 환경문제, 지역간 빠른 이동 등을 해결할 3차원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부각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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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M(선진항공모빌리티)/UAM(도심항공모빌리티) 시장 (산업부 드론쇼코리아 정책발표자료, 2022년 2월)

미국 투자회사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선진항공 모빌리티(AAM) 시장이 2040년 1조달러 규모로, 2021~2040년 중 연평균 3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18.9%보다 더 빠른 속도의 성장세다. 토요타는 조비 에비에이션에 3억9000만달러 투자, 다임러의 볼로콥터에 2500만 유로 투자, 지리자동차의 테라푸지아 인수 및 볼로콥터에 8700만유로 투자 등이 보여주듯 미래 항공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선진국의 전문 스타트업 주도로 약 400개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수직이착륙 장치) 비행체 모델이 개발 중이며, 대표적으로 조비 에비에이션(미국), 릴리움(독일), 볼로콥터(독일), 이항(중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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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우주 모빌리티 컨셉트(위) Tiger(무인) + 드론, Tiger 달 탐사 (로봇 보행)(아래) Elevate(유인), Tiger 달 탐사 (주행)

국내 기업도 지상에 국한하지 않고 항공, 더 멀리 우주산업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S-A1 모델을 선보이며 그룹의 미래를 자동차 50%, 항공우주 30%, 로보틱스 20%로 예측하며,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에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도 버터플라이를 개발 중이며 2025년 시범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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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 국가별 민간투자 현황 및 기술수준 비교

미국과 유럽은 미래항공 모빌리티 시장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새로운 감항인증 기준과 민간 지원 투자정책 등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선점 전략으로 인해 국내 도전기업인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 등도 각국의 감항인증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현지에서 기체 개발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국내 미래항공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현실에 맞는 전략 수립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 글로벌 국제공동 협력을 통한 글로벌공급망(GVC) 진입 전략, 군 소요 기반으로 자체 인증체계 구축 능력 확보 전략, 항공·자동차산업 기반의 핵심 소부장 개발을 통한 미래기술 확보 전략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먼저, 정부 주도의 정책 수립과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5월 110대 국정과제에 우주산업 활성화 및 거버넌스 강화를 위한 우주항공청 신설과 동시에 내년 연구예산에 우주항공,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2조40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율차, 드론, 도심항공모델(UAM) 등의 산업 활성화와 2031년 달착륙선 개발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우주자원 강국 실현이라는 원대한 가능성을 이룰 계획이다.

가능성을 앞당기기 위한 거버넌스의 역할 또한 막중하다. 부처 이견과 주도권 경쟁을 잘 조정해 다부처 협력을 유도하고, 민관 합동 협의체가 원활하게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우주항공 분야에서 국제적 후발 주자로서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제공동 협력 활성화 및 헤리티지 확보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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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M 개발 현황 (산업부 드론쇼코리아 정책발표자료, 2022년 2월)

마지막으로 우주·항공 모빌리티 미래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 “패권 경쟁의 양상이 기술에서 인재로 확산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글로벌 각 국의 인재 양성과 해외 인재 유치에 대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AI, 소프트웨어(SW) 등 융복합 과학기술 인력 확보에 지속적인 전략 수립과 투자가 동반돼야 할 것이다. 달에 처음 착륙했던 닐 암스트롱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 사람에게는 단지 작은 한 발짝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다(That's one small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지상의 차량 기술에 머물지 않고, 우주항공 모빌리티로 도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닐 암스트롱의 첫걸음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지금의 과감하고 이유 있는 도전이 인류 미래의 모빌리티 도약을 이끄는 모멘텀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

○나승식 원장은…

서울 고려고와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정보통신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36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정보통신부 IT중소벤처팀장·지식정보산업과장,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정책과장·기계항공시스템과장·정보통신정책과장,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을 거쳐 국무조정실 산업과학중기정책관, 산업부 소재부품장비산업정책관, 무역투자실장, 통상차관보,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 2월 제12대 한국자동차연구원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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