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2억원이 넘는 우주 관광 티켓을 구매했던 84세 남성이 오랜 기다림에 지쳐 환불을 요청했다.
미국 시카고 일간지 ‘시카고 선타임스’에 따르면, 우주개발업체 ‘버진 갤럭틱’의 우주관광 상용 서비스 개시 시점이 계속해서 미뤄지자 탑승권을 구매했던 불가리아계 미국 사업가 셰프케 차파제프(84)가 15년 전 탑승권을 환불받았다.
버진 갤럭틱은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소유한 ‘버진 그룹’ 산하 우주 개발업체다. 브랜슨은 당초 2004~2007년 사이 상업 우주관광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계획은 계속해서 미뤄졌고 차파제프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차파제프는 “작년 7월 버진그룹 브랜슨 회장과 일행 5명이 우주비행선을 타고 53마일(약 88km) 상공까지 올라가 3~4분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돌아온 것을 봤다”며 “하지만 내 '우주비행 꿈'은 마치 죽어가는 별처럼, 점점 더 멀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탑승권을 산 지) 벌써 15년이나 됐다. 버진 갤럭틱은 매년 ‘내년, 내년에 비행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내년에 탑승할 수 있다는 보장도 못하는 상태”라며 더 이상의 기다림을 자신의 건강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파제프가 우주관광 상용 서비스 개시를 기다려온 지난 15년간 버진 갤럭틱은 회사 로고가 새겨진 열쇠고리와 우주재킷 등을 선물로 보내왔고 수많은 이메일로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버킷리스트에서 ‘우주 여행’을 지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차파제프는 버진 갤럭틱측이 2007년 그가 탑승료로 지불한 17만 5000달러(약 2억 3300만원)에서 10%를 제외하고 환불해줬다고 전했다.
차파제프는 이미 출판업으로 성공한 재력가다. 그는 10%를 제외하더라도 괜찮다며 “이미 초음속 콩코드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1살배기 손녀와 곧 태어날 또 다른 손주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게 지금 내가 가진 가장 행복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버진 갤럭틱의 상업 비행 프로그램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지난 2014년에는 시험 비행 중 우주선이 추락해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에는 브랜슨과 일행 5명이 비행에 성공했지만 발사대를 변경한다는 이유로 또 다시 상업 비행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