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부도 사태...'준비금 증명'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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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후오비가 보유한 가상자산 총액 및 포트폴리오.(자료 출처=난센)

FTX 부실 사태로 가상자산거래소가 보유한 디지털 자산을 증명하는 '준비금 증명' 시스템 도입이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거래소는 회계법인 실사 보고서를 공개하지만 공개 주기가 길어 시점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렵고, 법령에 의해 의무화된 것이 아니라 공개 여부나 시점·내역 등도 모두 거래소 자율 정책에 달렸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온체인 데이터 제공업체 난센은 최근 바이낸스, 크립토닷컴 등 주요 7개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가 보유한 자산을 열람할 수 있는 대시보드 서비스를 선보였다. FTX 사태가 불거지면서 지난 12일 개설된 이 플랫폼은 거래소가 보유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거래소 지갑이 보유한 토큰 가치의 총합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해당 데이터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15일 낮 12시 기준 보유하고 있는 자산 총액은 약 645억달러(약 85조원), 크립토닷컴은 23억달러(3조원) 수준이다. 다만 데이터는 거래소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을 추적해서 데이터화한 것으로, 실제 거래소들이 공식 인정한 자료는 아니다.

실제로 후오비가 14일 '자산 투명화 작업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자산 보유 현황과 난센의 예측치는 자산 총액과 포트폴리오 구성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거래소 측이 보안을 이유로 거래소 보유 지갑 주소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거래소 협조 없이는 외부에서 정확하게 보유자산을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다.

글로벌 거래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머클트리 준비금 증명'을 주목하고 있다. 머클트리는 분산화된 시스템에서 일련의 데이터 온전성을 효과적으로 검증하는 데 사용되는 구조다. 9일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모든 가상자산거래소는 머클트리 준비금 증명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바이낸스, 후오비, 크립토닷컴 등 주요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10곳이 동참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내 거래소 가운데 머클트리 준비금 증명을 포함한 검증 시스템을 준비하겠다는 곳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주로 회계법인 의뢰를 통해 작성된 실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데 지난 14일 후오비코리아가 대주회계법인을 통해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후오비코리아는 가상자산 대비 원화 환산 금액 기준으로 100.01%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시점으로부터 약 5개월 이상 시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보유 현황 정보를 온전하게 검증하기가 어렵다. 주기 차이는 있지만 업비트나 빗썸 등 대형 코인거래소의 실사 보고서 역시 마찬가지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내부로는 보유자산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이를 외부로 실시간 공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면서 “특히 원화거래소들은 개별 행동이 어렵고 DAXA(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은행과 당국을 통해 1년에만 서너 번 이상 감사를 받고 있는 셈이라 안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