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조문
정치권, 李 장관 등 문책 인사 촉구
전문가 "녹취록 공개 후 여론 악화
시간 늦어질수록 대통령에게 부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나흘 연속 '이태원 핼러윈 참사' 합동분향소를 조문했다. 대국민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 요구에는 침묵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56분께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전날처럼 검은색 정장, 타이 차림으로 국화꽃을 헌화한 뒤 묵념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도 윤 대통령과 함께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안상훈 사회수석도 동행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장관 중 유일하게 이틀 연속 윤 대통령 조문에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는 5일까지 매일 관련 조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장관 동행에 대해 전날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던 대통령실은 이날에는 '재난대응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동행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장관은 전날 조문으로 인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윤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했었다.
반면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측근인 이 장관에 대한 거취를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사고 당시 경찰 부실 대응이 적나라하게 담긴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정권 리스크로까지 번질 수 있는 위기감 때문이다.
경찰 지휘라인 경질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 장관 거취도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야 구분 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이태원 사고 관련해선 이임재 용산경찰서장과 당시 상황관리관 임무를 수행하던 류미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이 대기발령을 받고 수사대상에 오를 예정이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112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 조문 행보가 진정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장관에 대한 인사조치 시간이 늦어질수록 윤 대통령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책임자 처벌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국정동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장관의 경우 '책임 회피 발언'에 '112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자진 사퇴가 아닌 윤 대통령이 직접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 장관이 112 녹취록 내용을 몰랐다면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만약 내용을 알면서도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면, 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고 정권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진상조사와 규명이 우선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