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 무선전력전송 기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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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서울대학교 교수·한국전자파학회 명예 회장

매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박람회 'CES'가 개최된다. 전 세계 유수 업체들은 최첨단 전자제품을 선보이며 자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코로나가 터지기 몇 년 전 이 전시회를 취재하던 한 기자가 던진 말이 있다. “이 넓은 CES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고 인기 있는 곳은 휴대폰을 충전하기 위한 power outlet이다”

모든 전자기기들은 동작을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며 특히 휴대용 기기는 배터리만으로 동작해야 해 긴 시간 사용이 어렵다. 따라서 휴대폰의 경우 항상 배터리 잔량에 신경 써야 하고 배터리 잔량이 적을 때 초조한 감정은 모든 사람이 느껴 봤을 것이다. 특히 여행지라면 그 초조함은 배가 된다. 유선전화 시기 외부활동이 잦은 사람들이 밖에서 누군가에게 연락하고자 할 때 유사한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이동통신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라는 모토를 갖고 1990년대부터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동통신이 선을 없애고 전파를 이용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통신할 수 있도록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무선전력전송도 전파를 이용해 전력을 '언제, 어디서나, 누구(모든 기기)에게나'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선을 통한 전력공급의 불편함을 간파한 테슬라(Nikola Tesla)가 무선시대 초기인 1899년 이미 무선전력전송을 제안하고 실험적으로 시도했으나 낮은 효율로 상용화되지 못했다. 그 이후로도 전파를 이용한 전력전송에 관한 연구는 간간히 있었으나 특수 목적을 위한 시험적인 연구였다. 그러던 중 무선전력전송에 대한 관심은 2007년 MIT 솔랴치치(Marin Soljacic) 교수 연구팀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자기공명(magnetic Resonance) 방식 논문으로 새롭게 촉발됐다.

그 이후 적극적인 상용화 연구로 현재 주로 사용되는 무선전력전송은 자기결합(79~90㎑, 100~148.5㎑z) 또는 자기공명(6.78㎒)을 이용하고 있다. 근접거리에서 휴대폰, 자동차 등에 전력을 무선으로 전달하기 위한 연구와 표준화(WPC, airfuel, SAE)가 계속되고 있다. 자기공명방식은 전력 전송거리가 수십㎝에서 수m 수준으로 자기결합방식에 비해 진일보한 기술이다. 이로 인해 무선전력전송에 관한 연구와 표준활동이 활발해졌지만 전력 전송거리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최근 전력 전송거리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로 마이크로파나 밀리미터파 대역 통신에서 많이 사용되는 위상배열 안테나 개념을 무선전력전송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2차원 배열안테나에 급전되는 신호 크기와 위상을 조절함으로써 공간 내 원하는 위치에 전파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Mid Field와 Far Field 영역 내에서 소전력 전송 시 전력 전송 효율 향상을 도모하고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2019년 이후 이러한 방식을 사용해 실내에 있는 다양한 전자기기를 무선으로 충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 Ossia, Energous, GuRu 등이 설립됐다.

앞서 언급한 위상배열 안테나는 5G 통신에서 대량 다중입출력(Massive MIMO)이라는 기술로 사용되고 있으며, 원하는 방향으로 전파를 효과적으로 보냄으로써 다수 사용자에 대한 효율적인 통신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통신에서 사용하는 Massive MIMO 안테나를 무선전력전송에도 활용할 수 있다면 효과적으로 무선전력전송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제안된 것이 통신과 무선전력전송의 융합개념인 SWIFT(Simultaneously Wireless Information and Power Transfer)와 WPCN(Wirelessly Powered Communication Network)이다. 이는 최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요약하면 전력을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공급하려는 시도는 이미 120여년 전 테슬라에 의해 시도된 바 있었으나 현실적으로는 자기결합을 이용한 근접거리 소출력(<1W) 무선전력전송에서 시작해 자기공명기술을 이용한 수십cm거리의 대출력 전력전송기술이 상용화돼가고 있다. 향후 마이크로파나 밀리미터파를 이용한 Mid Field와 Far Field 영역 무선전력전송과 정보를 함께 보내는 기술이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무선전력전송 기술 상용화는 안전성, 경제성, 효용성 등 극복해야 할 많은 기술적인 문제들이 남았다. 이에 관련 연구자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남상욱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한국전자파학회 명예 회장 snam@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