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는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혁신적 시스템이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와 제한은 비대면 진료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비만주사제 처방 제한 규제는 비대면 진료 규제와 자율성간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기준을 충족한 비만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 옵션이지만, 일부 병원에서 기준 미달 환자에게 처방된 사례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런 논란은 비대면 진료의 전체적 문제라기보다는, 신약 출시 초기에 처방 기준과 과정에서 생긴 일시적 과열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규제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닌 자율 규제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성은 어떠한가. 규제 일변도다. 정부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규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왔다. 이는 의료 현장에서의 복잡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비대면 진료가 실제로 필요한 환자들에게 그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자율 규제는 비대면 진료가 보다 성숙한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는 핵심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직업 규약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산업계 내 자율규제는 의료와 기술의 윤리적 경계와 안전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각 업체와 제휴 의료기관이 이를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사협회 같은 전문 단체는 프로페셔널리즘을 바탕으로 회원 간 자율 규제를 강화하며, 윤리적이고 신뢰받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내부적 조정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 법적 규제가 아닌 자율 규제와 산업계, 의료계의 자발적 기준 설정이 병행된다면, 비대면 진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비대면 진료 부작용은 대부분 오프라인 의료 시장에서도 발생하는 문제다. 기준 미달 환자 처방이나 과잉 진료는 대면 진료에서도 흔하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도리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한다.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와 의료 마이데이터를 통해 환자의 BMI, 병력, 복용 이력을 확인하고 기준 미달 시 자동 경고를 제공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처방전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으며, 약물 배송 과정에서 환경 요인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자율 규제를 보완하며 비대면 진료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약물 오남용을 방지하고, 의료진과 환자간 신뢰를 강화하며, 보다 투명하고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관련 법규와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보건복지부 역시 4~5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5년부터 제도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화 과정에서 자율 규제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이 우선돼야 한다.
비대면 진료는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의료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 도구다. 그러나 규제 중심적 접근은 비대면 진료 가능성을 제한하고, 의료 혁신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자율 규제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여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고, 법적 규제 한계를 넘어 새로운 의료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규제의 늪에서 벗어나 자율 규제와 디지털 기술의 힘으로 비대면 진료의 본래 가치를 회복하고, 국민 건강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때다.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대표,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대표 jaewon.sun@merakiplac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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