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목전에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선거가 진행되면서 유권자를 향한 후보자간의 실시간 소통전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소통이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 누가 어떤 메시지로 여론을 주도해 나가느냐가 성패를 가르고, 때론 순식간에 이미지 실추의 단초를 제공하는 공간도 디지털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특히 X(옛 트위터)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의 SNS 전략은 전통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SNS를 활용한 선거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X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면서 소셜미디어를 사실상의 '공식 발표 통로'로 활용해 성과를 거두었다. 또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유도함으로써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이를 통해 이슈를 선점, 홍보효과를 극대화했다.
국내에서도 SNS는 선거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0년대 이후부터는 거의 모든 후보자와 정당이 SNS를 활용해 유권자와 소통하고,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국내 선거에서 SNS 활용 특징을 요약해 보면 텍스트보다 이미지, 영상, 카드뉴스 중심으로 짧고 빠른 콘텐츠를 선호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인을 친근하게 표현하기 위해 밈과 유머 코드를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시태그 챌린지와 공약 공유 이벤트를 통해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마니아층(팬덤) 확보 등이 특징이다. 특히 상대 캠프의 이슈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SNS가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리 유세와 전단이 선거 운동의 중심이었던 시대는 갔다. 이제 선거의 판세를 좌우하는 핵심 무대는 바로 스마트폰 속 SNS다. 페이스북의 한 문장, 인스타그램의 강렬한 이미지와 짧은 영상, 유튜브 쇼츠의 30초가 수천만원짜리 TV 광고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다.
국내 정치에서도 SNS는 더 이상 부수적인 도구가 아니다. 후보자들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전파하고, 유권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양방향 소통의 창구로 자리잡았다. 특히 2010년대 이후 대선을 중심으로 SNS는 정치 캠페인의 주 무대가 되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적극 활용해 젊은 세대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며 SNS 공간을 장악했다. 반면 박근혜 후보는 상대적으로 전통 미디어에 집중했지만, 일부 SNS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려는 시도도 병행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SNS 전략이 한층 더 정교해졌다. 문재인 캠프는 카드뉴스, 유튜브 영상, 실시간 페이스북 라이브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유권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문재인 1번가' 같은 플랫폼은 유권자가 공약을 체험하고 SNS에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높은 참여도를 이끌어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대선은 사실상 '숏폼 전쟁'이라 불릴 만큼, SNS의 전략적 활용이 더 활발해졌다. 윤석열 후보는 '석열이 형'이라는 친근한 콘셉트로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었고, 이재명 후보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 중심 콘텐츠와 스토리텔링 방식의 콘텐츠를 선보였다. 두 캠프 모두 디지털 전략팀을 갖추고 실시간 여론 대응과 콘텐츠 배포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편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SNS 활용은 점점 더 전문화·세분화되고 있으며, '디지털 지역주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 소통이 생겨나고 있다. 다만, 단순 홍보를 넘어 유권자와의 정서적 연결과 실질적인 참여 유도가 관건이다.
이제 SNS는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을 넘어, 선거 전략의 핵심 무기로 부상했다. 밈과 유머, 댓글과 라이브 소통, 해시태그 캠페인 등은 유권자와 정치인을 더욱 가까이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가짜 뉴스와 혐오 표현의 확산, 여론 조작 가능성 같은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의 소통방식과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 그리고 타 후보와 차별화하기 위한 콘텐츠 운영방향은 선거 이후에도 공공은 물론 민간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선자의 소통에 대한 일관성과 지속성, 그리고 진심의 소통이 선거 이후에도 국정운영 전반과 국민(시민)과의 소통에 연계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SNS는 정치의 '쇼윈도'를 넘어, 이제는 '정치 그 자체'가 되었다. 디지털소통의 시대, 유권자도 SNS 속 정치에 더욱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할 때다. 일관성 있고 소통 잘 하는 후보자를 선택하자.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