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AI 집적단지, AI 확산과 혁신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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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욱 NIPA 원장.

인공지능(AI)은 일상생활부터 전문영역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챗GPT' 등으로 대변되는 초거대 AI, 생성형 AI는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850억달러에서 2027년에는 1조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새로운 기술 패권 국면에 진입하면서 주요국들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인공지능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 (2023), 'AI-반도체 이니셔티브'(2024) 등에 이르기까지 AI 중심 디지털 대전환 기반을 마련하고, AI G3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 왔으며, 매년 1조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꾸준히 높은 수준의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 AI 국가순위는 글로벌 AI 인덱스(영국 Tortoise Media 발표) 기준으로 2022년 7위에서 2023년· 2024년 모두 6위로 지속해서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순위와는 달리 점수는 미국의 100점에 비해 2023년 40.3점, 2024년 27.3점으로 매년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로는 미국, 중국을 위시한 AI 선진국의 경우,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인 우리와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음을 들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는 우리와는 달리 국가 전역에 특화된 AI 혁신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은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어 AI 연구와 스타트업이 활발하여 '로봇 수도'로 불리기도 하며, 과거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던 피츠버그는 AI와 자율주행차 연구 허브로 변모해 카네기멜론대를 중심으로 AI 연구와 산업이 활발하다. 전통의 AI 클러스터인 실리콘밸리는 AI 연구와 개발의 중심지로, 다양한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도 베이징 AI 산업 클러스터뿐만 아니라 상하이의 장강 삼각주(長三角) 지역을 중심으로 AI 관련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고 있으며, 주강 삼각주(珠三角) 지역의 선전에는 AI 산업단지의 80% 이상이 집중되어 산업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AI 생태계는 서울·판교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AI 관련 기업들, 연구소와 교육 기관들도 집중되어 있어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AI 기술 개발과 도입·활용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루어져 왔다. 디지털 고급인재 수급, 투자 유치 등 수도권의 경쟁우위가 굳어져 판교 지역 아래로는 전문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취업 남방한계선'이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까지 생겨 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AI 기술을 국가 전역으로 확산하고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AI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2023년 '전 국민 인공지능 일상화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시대 종합 계획' 등을 통해 AI 혁신성장 거점 조성, AI 교육의 전국 확대, 기존 산업 혁신 등을 지원해 왔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AI 기술을 확대하려는 노력 가운데 광주광역시에서 추진 중인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사업은 중요한 사례 중 하나이다.

광주AI집적단지 사업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5개년 사업으로 추진되어, AI 불모지 지역에 AI 핵심 인프라인 연산량 88.5 페타플롭스(PF·10의 15제곱을 나타내는 접두어 페타와 컴퓨터 성능 단위인 플롭스를 합성한 용어. 1PF는 1초당 1000조번 수학 연산을 할 수 있다.), 저장공간 107 페타바이트(PB·10의 15제곱을 나타내는 접두어 페타와 컴퓨터 데이터의 표시 단위인 바이트를 합성한 용어. 1PB는 큰 서류 캐비닛 2000만개 또는 인쇄된 표준 텍스트 5000억 페이지의 크기다.) 규모의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여 인근 지역의 대학, 연구소, 기업 등에 AI 무인매장 로봇 플랫폼, 심혈관 위험평가모델 개발 등 1500여건 이상 AI 기술개발 과제를 지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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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AI 집적단지 조감도 등. [사진= NIPA 제공]

이외에도 571개 사의 창업과 기업 지원을 통해 852명의 일자리를 창출함과 함께 1484명의 실무형 AI 전문 인력을 양성하였으며, 특히 AI사관학교 수료생은 높은 취업률(71.3%)과 함께 페르소나에이아이, 네이버시스템 등 유망 기업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의미 있는 성과들이 하나둘씩 모여 광주 지역은 점차 AI 지역거점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광주광역시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기세로 다음 단계인 'AI 혁신 실증 밸리 확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사업의 기술적 성과와 인프라를 지속해서 활용하고 고도화하여 내년부터는 다음 단계 사업을 통해 광주광역시가 '인공지능 실증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글로벌 AI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또, 광주광역시 사례를 선행 모델로 삼아 '지역 디지털 혁신 거점' 사업을 추가 추진·확대할 계획이다. 동 사업은 디지털 신산업 성장에 적합한 지방의 최적 입지를 중심으로, 기업, 인재, 연구기관 등이 집적된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디지털 신산업 허브(Hub) 및 지역특화산업 디지털 전환의 전진기지 마련을 목표로 기획되었다.

현재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충청북도(오창), 경상남도(창원) 등 총 4곳이 선정되어 사업을 수행 중이다. 2023년 선정된 부산광역시(센텀시티)는 글로벌 기업 유치와 육성을 통한 글로벌 디지털 비즈니스 허브로, 대구광역시(수성알파시티)는 글로벌 대학 연구실, 연구기관 집적을 통해 글로벌 제조, AI 융합 R&D 특화 연구 허브의 역할을 하도록 거점을 조성하고 기능을 마련하는데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올해 추가로 선정된 충청북도(오창과학산업단지)는 AI 반도체, 디지털 바이오와 AI, ICT를 융합하기 위한 첨단 IT 제조 융합 허브로, 경상남도(창원국가산업단지)는 스마트 조선, 첨단 항공, 자동차 부품 등 제조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특화된 제조 디지털 전환 특화 허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역을 혁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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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디지털 혁신 거점 현황. [사진= NIPA 제공]

거점별 특성화에 충실한 내용으로 기획·조성하고, 수도권과 견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수행기관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방위적 컨설팅까지 함께 지원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심하여 우리나라 혁신의 지역 전진기지로 구축하고 있다. 추가로 필요 지역의 거점이 더해진다면 우리나라 전역의 혁신을 이끌어 갈 혁신 네트워크가 완성될 것이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 특화 클러스터들이 우리나라의 AI와 ICT 혁신을 선도하고, 디지털 기업·인재 성장 거점이 되어 대한민국이 AI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하며, 해당 사업에 대한 국회, 정부, 지방자치단체, 산·학·연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허성욱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 nipapr@nipa.kr

〈필자〉허성욱 NIPA 원장은 1993년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를 통해 체신부에서 공직자 생활을 시작했다. 영국 요크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과 석사를 받았다. 정보통신부에서 인터넷정책과장, 네트워크기획과장, 정보보호기획과장을 거쳐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파견 근무했다. 2018년 이후 청와대(과기보좌관실) 선임행정관,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정책관을 역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 네트워크정책실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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