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아들 잃은 미국인 아빠…"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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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스티븐 블레시와 앤 지제케. 사진=스티브 블레시 트위터/앤 지제케 인스타그램

사망자 154명이 나온 이태원 참사로 자식을 잃은 미국인 아버지가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대해 토로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참사 당일 아내와 함께 쇼핑 중이던 스티브 블레시는 동생으로부터 ‘한국의 상황에 대해 들었느냐’고 묻는 전화 한 통을 받고 다급히 한국에서 유학 중인 아들 스티븐에게 연락을 취했다.

블레시는 아들은 물론 친구와 정부 청사에도 연락하는 등 여러 통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돌렸으나 아들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몇 시간 만에 전화를 받은 것도 현장에 나뒹굴고 있는 휴대폰을 주운 경찰관이었다.

3시간 만에 블레시는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으나, 이는 목숨을 잃은 미국인 2명 중 한 명이 아들 스티븐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그는 NYT와 전화 인터뷰에서 “수억 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았다”며 “그냥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무 감각이 없이 망연자실하고 동시에 엄청난 충격이었다”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표현했다.

NYT와 워싱턴포스트(WP) 취재를 종합하면 조지아주 케네소주립대에 다니던 스티븐은 해외 대학에서 한 학기를 다니고 싶어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년간 뜻을 이루지 못하다 이번 가을학기 한양대로 왔다.

부모는 지난 8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아들을 애틀랜타 공항에서 눈물로 배웅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아들과 사진도 찍었다. 국제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아들은 동아시아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했다는 것이 부친의 전언이다.

스티븐은 최근 중간고사를 마치고 토요일 밤을 맞아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가 이번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 중 몇 명은 인파를 피해 빠져나갔으나 아들은 그러지 못했다고 부친은 전했다.

블레시는 “사고가 일어나기 30분 전에 스티븐에게 문자를 보냈다. ‘외출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심하라’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답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19에 따르면, 또 다른 미국인 희생자는 켄터키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던 3학년 여학생 앤 지제케였다. 대학 측은 성명을 통해 앤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애도를 표했다.

앤은 서울에서 스무번째 생일 파티를 하고 바로 다음 날,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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