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시대 개막, “신뢰·사랑받는 기업 만들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 취임했다. 이 회장은 “신뢰·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면서 '뉴삼성' 시대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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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승진 소감 밝히는 이재용 회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협의 관련 오전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을 만나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국민의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무보수 경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안건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했으며,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의결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어닝쇼크' 수준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줄줄이 추락하는 위기 상황에서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이사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고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하려면 회장 취임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 회장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데 이어 4년여 만에 공식 회장 직함을 달았다.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이 회장은 조만간 '반도체 신화'와 '애니콜 신화'를 쓴 고 이병철·이건희 선대 회장에 버금가는 '뉴삼성'의 방향을 담은 '신경영'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을 계기로 삼성전자 경영 전면에 나서 기술 초격차를 위한 인수·합병(M&A)과 대대적인 투자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한 등기이사 선임도 유력하다.

이 회장은 별도 취임행사 없이 사내 게시판에 향후 구상을 올렸다. 그는 '미래를 위한 도전'이란 글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 양성, 세상에 없는 기술 투자, 창의적 조직 문화, 사회와 함께하는 삼성 등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라고 진단하고,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하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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