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이벤트 없이 조용한 취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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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에 회장직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협의 관련 오전 공판을 마친 후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 회장은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 만들어보겠다” 며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세간의 예상과 달리 별도 행사 없이 조용히 회장에 취임했다. 과거 고 이건희 회장은 1987년 12월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을 보면 행사 없이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취임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 때 사장단에게 밝힌 소회와 각오를 27일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 것으로 취임사를 갈음했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리더가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직함이 바뀌었는데도 관련한 행사나 메시지가 없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신 이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다”며 “사전적인 의미에서는 이미 취임해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별도의 취임 관련 메시지나 행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18년 5월 삼성그룹의 동일인(실질적 총수)으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지정했다.

이 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미래 성장사업 선정 및 육성, 조직문화 혁신, 노사관계 선진화, 청년 일자리 창출, CSR 및 상생 프로그램 강화 등을 주도하며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다. 2018년 '180조원 투자·4만명 채용' 발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올해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 등 10~20년 후 삼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준비도 이 회장 주도하에 진행됐다.

사외이사인 이사회 의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발의하고 이사회가 의결한 것은 이 같은 객관적인 상황을 직함에 반영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대내외 활동에도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읽힌다. 대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 형식에 매달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 회장 개인 성품 등도 '조용한 취임'의 배경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