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특별취급정보에 월북 단어 포함"
여 "단어보다 은폐·왜곡에 초점을"
IRA 관련 질의에 국정원 "사전 보고"
정부 '알고도 무대응' 해석 여지 남겨
국회 정보위원회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특별취급정보(SI)에 월북이 포함됐는지 여부와 쌍방울 대북지원 사업 등을 놓고 맞붙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선 국정원이 동향을 사전에 관계부처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서울 서초구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 국정원 국감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감사원의 감사 이후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무리하게 사건의 결론을 뒤집으려고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주요 정보를 SI를 통해 파악했다. 그 과정에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말을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김규현 국정원장이 밈스(군사정보체계)를 잘 모른다며 설명해달라고 했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SI에 포함된 '월북'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두기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인 은폐·왜곡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해석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브리핑에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SI에 나온다는 부분은 감사원 보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차례 이미 보도됐다”며 월북을 특정할 수 없음에도 이를 문 전 정부가 은폐·왜곡 했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쌍방울의 대북 지원 사업도 정조준했다. 유 의원은 “쌍방울이 외화를 반출하는 과정에 많은 직원들이 동원됐다며 직원들이 책 속에 외화를 숨겼다는 등의 질의를 했고 국정원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다만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방북에 대해선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국정원 국감에서는 미국 IRA 통과와 관련한 국정원의 책임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유 의원은 “IRA를 사전에 파악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국정원은 관련 법안의 미국 의회 통과 전에 내용을 이미 파악했고 관계부처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다고 답했다”고 했다.
윤 의원도 “정보 당국에서 파악했고, 날짜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법 통과 전 적절한 시기에 동향보고를 관련 부처에 했다”며 “미국 의회에서 법이 통과되기 이전에 (국정원이) 그 내용을 파악했고 관계부처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다고 답을 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미국 의회가 IRA를 검토할 당시 국정원의 사전 보고가 있었지만 정부가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윤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조상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사임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서울고검 차장검사 출신인 조 실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며 지난 6월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발탁됐다.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살림살이를 사실상 총괄하는 자리다. 조 실장은 지난 25일 저녁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윤 의원은 “국정원장이 일과 시간 이후에 대통령실 담당 비서관으로부터 유선으로 통보받았다고 했다. 국정원 측은 사임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도 “조 실장이 국정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바는 없다. 면직 사유는 일신상의 사유”라고 말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