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2주기 추모식이 25일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소재 가족 선영에서 엄수됐다.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삼성'에 관한 대외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 유족이 참석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전·현직 사장단 및 부사장 등 경영진 300여명도 순차적으로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고인과 친분관계가 각별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추도식을 직접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과 현직 사장단 60여명은 추모식을 마친 뒤 용인시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삼성은 별도의 공식 추모 행사를 열지 않고 사내에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해 임직원이 방명록에 댓글 형식으로 추모글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임직원들은 이 회장 2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리는 사내 특별방송을 시청했다. 방송에는 신경영 강연과 연설문 등 이건희 회장의 육성이 담겼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여간 투병하다 2020년 10월 25일 새벽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1987년 부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 별세 이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1993년 '신경영 선언'으로 혁신을 추진,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고인이 회장으로 취임했던 1987년 당시 10조원이었던 삼성 그룹 매출액은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359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고 이건희 회장은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으로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한국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끈 대한민국 역사의 비저너리”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 2주기를 맞아 그가 사회에 환원한 'KH(이건희) 3대 유산'이 재조명 받는다.
유족들은 천문학적 규모 사회환원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고인이 평생 모은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확산 방지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치료에 3000억원을 각각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하는 등 3대 기증사업을 실천했다.
유족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했던 이건희 회장의 철학에 따라 국립기관 등에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미술계에서는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이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의료 공헌에 관심을 쏟았던 이 회장의 유지에 따라 유족들은 고인의 유산 중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삼성가의 의료 공헌은 이건희 회장의 인간존중, 상생, 인류사회 공헌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이다.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키로 했으며,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쓰인다.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기부했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2주기 추모식은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열려 주목 받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2주기 이후 다음달 1일 창립기념일에 회장으로 취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다른 현안이 많은 만큼 시간을 두고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연내 승진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회사가 더 잘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