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미국 1위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설비 투자가 새해 1분기 개시된다. 대규모 배터리 제조 장비를 구매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1조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모처럼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라 기대감이 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GM 합작 공장의 배터리 제조 장비 공급사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달 장비 협력사를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를 진행했고, 이달 초 믹싱 공정과 전극 공정 장비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믹싱 공정과 전극 공정은 이차전지 제조 가장 앞단에 해당하는 공정으로, 통상 주요 설비 중 발주가 가장 빠르다. 뒤 이은 조립공정과 활성화 공정 장비는 내년 초 입찰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는 장비 견적을 검토한 뒤 협력사를 선정하게 된다. 협력사 선정이 끝나면 새해 1분기 중 순차적으로 장비 구매주문(PO)이 나올 예정이다.
합작공장의 초기 생산능력(CAPA)은 연 27기가와트시(GWh)로, 3개 생산 라인이 우선 구축된다. 1분기 구매 발주는 이 3개 라인용이다.
업계에서는 장비 투자 금액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통상 해외 배터리 공장 건설에는 1GWh 당 1000억원 정도가 투입되는데, 이 중 40~50%를 장비 투자가 차지한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최소 1조800억원을 장비 구매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와 GM은 향후 1개 라인을 추가, 총생산 능력을 36GWh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추가 라인에 대한 투자 시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삼성SDI와 GM은 지난 8월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에 35억달러(약 5조1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합작공장에서는 2027년부터 삼성SDI의 P6 각형 배터리를 생산, GM에 공급한다.
가동 목표 시기는 2027년이지만 장비 제작에 1년 내외가 소요되고, 라인 구축부터 양산(SOP)까지 1년 정도가 걸려 미리 구매 발주가 필요하다. 실제 반입과 라인 조성은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장비 업계는 모처럼 대형 프로젝트에 수주를 따내기 위해 분주하다. 업계 관계자는“삼성SDI와 GM 합작 공장 프로젝트는 전기차 시장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당초 일정대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며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비 업계에도 훈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