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세탁기 리콜 부담 관측도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18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가전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나온 사의 표명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사장은 1986년 입사해 생활가전 분야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다. 무풍에어컨, 비스포크 시리즈 등 신개념 프리미엄 가전제품 개발 주역으로 평가된다. 지난 2020년 12월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 삼성전자 창립 이래 생활가전 출신 첫 사장 승진자로 주목 받았다.
이 사장은 최근까지도 활발히 대내외 활동을 펼쳐온 데다 12월 연말 정기인사를 앞둔 상황에서 나온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이라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이 사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에 미국에서 열린 '테크 포럼 2022'에 한종희 부회장, 사업부장들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업계는 최근 시장 불황과 내외부 악재가 이 사장 사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고공 성장을 거듭하던 삼성전자 가전 사업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주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으로 수요가 얼어붙은 데다 원자재·물류 비용 상승과 재고 급증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 7월에는 '세탁기 불량 사태'까지 터지는 등 악재가 겹쳤다. 삼성전자 최신 드럼세탁기 '비스포크 그랑데 AI' 강화 유리문이 파손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8월 공식 사과하고 도어 교환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건강상 문제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상 최고경영진은 연말 인사에서 용퇴하거나 승진 인사가 나는데, 인사를 두 달가량 앞두고 사의를 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건강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공석이 된 생활가전사업부장을 한종희 대표이사 겸 DX부문장(부회장)이 겸직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향후 대표이사 보좌역으로 위촉돼 가전 사업 관련 자문과 지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따라 성과 보상과 초격차 원칙에 맞춰 오는 12월 초께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사장의 사의로 사장단 인사가 불가피해졌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