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로 제작돼 누구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화가' 기술이 일부 코인 프로젝트에 의해 자사 기술로 둔갑, 투자자를 기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가상자산거래소 상장 등 일정이 계속 지연되자 이를 면피하기 위해 자사 신규 기술인 것처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체불가토큰(NFT)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A팀은 오픈소스로 공개된 AI 페인팅 툴로 생성한 이미지를 'AI 콜렉션'으로 명명하고 오픈씨와 홈페이지에 등재, 홍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고객이 원하는 NFT 콘텐츠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무한 생산한다”면서 “AI 창작 핵심인 룰셋 등도 이미 자체적으로 정규화했다”고 주장했다.
AI 페인팅은 사람이 키워드를 입력하면 이를 주제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말 엔비디아가 공개한 '고갱2',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미드저니'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민달리'가 이 기술을 활용해 이벤트 성격의 NFT 발행을 진행한 바 있다. AI 페인팅 툴은 사람이 그린 다양한 저작물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이미지를 AI가 학습하고 이를 재해석·재배치, 새로운 저작물을 만들어 내는 원리를 활용한다.
문제는 오픈소스 AI를 통해 무료로 이미지를 생성한 이가 제작 방법을 속이더라도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업용 이미지 판매 사이트는 AI로 생성한 일러스트 판매가 늘자 이를 걸러내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A팀 역시 활용한 오픈소스 설명 없이 자체 개발한 'A 인공지능'이라고만 투자설명회 등에서 소개하면서 투자자 혼란을 고의로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A팀은 “통상 AI 그림 저작권은 키워드 입력자에게 있으며, 우리 회사도 동일한 라이선스 정책을 적용한다”면서 “요청자 키워드로 창작된 이미지는 요청자에게 저작권을 귀속해 드릴테니 NFT나 로고로 활용할 수 있다”고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현재 AI가 생성한 예술작품의 저작물 여부는 각국 저작권법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다만 국내 현행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저작물'로 규정하고 있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상업적 이용 또한 제한된다. 또 AI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가 상업용 저작물일 때 AI로 생성된 이미지가 저작권을 오히려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도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역시 상담사례집을 통해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은 인간이 표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AI가 그린 그림은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