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열린 제19회 EBS국제영화제(EIDF)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깜짝 놀랄 만한 인더스트리(산업)의 확대였다. 현대홈쇼핑, SJM문화재단 등 민간의 지원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집중 투자가 더해져 기획, 제작, 역량 강화 교육, 국내외 투자 유치, 유통 지원까지 다큐멘터리 전 주기 지원이 망라됐기 때문이었다. 과기정통부는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와 협력해 이러한 단계별 지원을 집대성한 새로운 다큐멘터리 통합지원 플랫폼 K-DOCS를 출발시켰다.
첫 K-DOCS에 참여한 창작자들은 이러한 시도를 크게 환영했다. 제작의 출발점부터 유통까지 일관된 지원체계를 갖춤으로써 단계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다 보니 신진에서 중견까지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짐에 따라 더욱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글로벌 관점에서 다큐멘터리를 바라보는 역량 강화 교육이나 기획 개발 단계 피칭인 K-피치 프레시(K-Pitch Fresh)를 통해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IDFA 참가와 피칭 기회를 제공하는 등 역할이 해외 진출에 좋은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제작 단계 피치인 K-피치 프라임(K-Pitch Prime)은 제작에 실제로 유의미한 지원금(대상 1억원 최우수상 7000만원)을 책정한 것에 대해 호평 일색이었다. 해외에서 통용되는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는 평균 3억~5억원으로 계상되고 현재는 국내에서도 편당 제작비가 대체로 2억원을 상회하기 때문에 실효적인 지원금이 무엇보다 아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K-콘텐츠의 세계적인 성공에는 그동안 꾸준히 문화예술 콘텐츠 육성에 투자해 온 정부의 기여 공이 크다. 한국의 제작 지원 제도는 수많은 씨앗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그들이 뿌리를 내려 잎과 꽃을 피워 낼 토양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작 지원 콘텐츠의 성과지표가 해외에서 얼마나 팔렸느냐' 같은 가시적인 환금 수치로만 측정되는 것은 문제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가 드라마와 영화, 예능과 웹툰 같은 장르의 수익성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모든 영상 콘텐츠의 토대가 되는 장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 다큐멘터리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다. 해외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한국 작품이 2009년 11년 IDFA에서 최초로 중편·장편 대상을 연속으로 받은 이후 베를린영화제, 모스크바영화제 등 세계 굴지의 영화제에서 다수의 작품이 초청되고 상도 받고 있다. 또한 이제는 영화와 방송, 방송과 OTT 같은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스스로 영역을 더 넓게 확장하고 있기도 하다.
긴 안목으로 보면 문화 융성은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문화적 가치 그 자체에 투자할 때 미래를 보장한다. 문화는 그 뿌리가 튼튼할 때만 지속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큐멘터리에 있는 콘텐츠의 가치는 과거에 그랬듯이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 허구와 환상이 주는 위안을 떠나 사실과 진실을 직시하는 일은 여전히 아니 어쩌면 과거보다 더 중요하다. 지금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일은 그 토대를 굳건히 하는 일이며, 상업적 수치로 환전되지 않는 가치를 긍정하는 일이며, 우리 문화의 미래에 투자하는 사려 깊은 행위다. 다큐멘터리 지원 플랫폼 K-DOCS 출범이 창작자들에게 커다란 격려가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김옥영 K-DOCS 위원장(스토리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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