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해왕성 고리'...제임스 웹 덕분에 알게 된 태양계 진짜 모습

해왕성 · 목성의 희미한 고리, 선명하게 포착
화성 초고화질 이미지…데이터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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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발사 타임라인. 사진=NASA/ESA/CSA. 그래픽=최성훈 기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본격적인 과학 관측을 시작한지 두 달이 넘었다.

웹이 포착한 데이터 가운데 실제 대중에 공개되는 이미지는 극히 일부다. 하지만 그럼에도 허블, 스피처, 보이저 등 앞서 활동한 우주망원경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모습들이 속속 공개돼 놀라움을 주고 있다.

◇보이저 2호 이후 33년 만에 포착한 ‘해왕성’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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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ASA/ESA/CSA.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은 웹이 촬영한 태양계 가장 외곽에 있는 8번째 행성, 해왕성의 고리 4개를 공개했다. 이 중 2개는 1989년 보이저 2호가 태양계 밖으로 나가던 도중 몇 시간에 걸쳐 촬영한 이후 33년 만에 해왕성 고리가 우주망원경에 포착된 것이다.

특히 해왕성 고리가 적외선으로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웹의 강력한 적외선 투과 능력이 수십억km 떨어져 있는 해왕성의 희미한 먼지 고리를 4950km에서 촬영한 보이저 2호처럼 선명하게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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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8월 26일 보이저 2호가 591초 동안 빛을 노출시켜 촬영한 해왕성의 고리. 사진=NASA

고리를 가진 행성이라면 대게 토성만을 떠올리지만 목성, 천왕성, 해왕성도 고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매우 얇고 희미해서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앞서 허블 또한 해왕성의 고리 일부를 촬영하긴 했으나, 웹처럼 선명한 전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러셀이 1846년에 처음 발견한 해왕성은 태양빛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태양∼지구 거리 30배에 달하는 먼 곳에서 164년 주기로 태양을 돌고 있어 정오가 돼도 어둑한 해 질 녘처럼 어둡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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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보이저2, 허블, 제임스 웹이 촬영한 해왕성. 사진=NASA/ESA/CSA.

보이저 2호나 허블이 촬영한 새파란 사진과 달리 웹의 사진은 회백색에 가깝다. 실제 해왕성은 메탄가스에 뒤덮여 푸른색을 띠는데, 웹에서는 왜 색이 다르게 포착됐을까? 이는 웹이 근적외선카메라(NIRCam, 0.6~5마이크론)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해왕성의 메탄가스는 허블이나 보이저 2호의 가시광선(파란색 파장)은 반사하지만 웹이 쏘는 적외선의 붉은 색은 흡수해버린다.

사진에는 곳곳에 빛나는 점이 보이는데 행성 물리학자 패트릭 어윈은 높은 고도에 형성된 메탄 얼음 구름을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왕성 적도의 희미한 선은 폭풍으로 인한 강력한 대기 순환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다만 이는 과학자들의 추측에 불과할 수 있다.

사진 뒤에는 해왕성의 제1위성 트리톤이 보인다. 해왕성보다 밝게 보이는 이유는 트리톤이 질소로 뒤덮여 있어 태양광의 약 70%를 반사하기 때문이다. 트리톤은 독특하게 해왕성 자전과 반대방향으로 공전한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트리톤이 원래 카이퍼 벨트의 천체였는데 태양계 역사 초기에 해왕성의 중력에 이끌려왔을 것으로 추측한다.

웹은 해왕성을 포착하는데 단 몇 분 밖에 걸리지 않았고, 전체 사진을 촬영하는 데 20분이 걸렸다. 그 안에 웹은 해왕성의 14개 위성 가운데 7개(트리톤, 갈라테아, 나이아드, 탈라사, 데스피나, 프로테우스, 라리사)를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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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 촬영한 해왕성과 7개 위성. 사진=NASA/ESA/CSA.

나사 과학자 하이디 해멜은 “해왕성의 먼지 고리를 적외선을 통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제임스웹의 매우 안정되고 정밀한 이미지 품질 덕분에 해왕성에 매우 근접해 있는 희미한 고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웹이 ‘얼음 행성’인 해왕성과 천왕성을 과학 관측하는 이유는 ‘거대 가스 행성’인 목성과 토성과 달리 태양과 멀고, 크기가 작고, 내부에 수소와 헬륨이 적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얼음 행성과 가스 행성을 비교함으로써 대기의 순환 패턴과 날씨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자 한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 ‘화성’…메탄 흔적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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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 촬영한 화성. 왼쪽은 참고용 이미지. 오른쪽 위는 웹의 근적외선 카메라 단파장 이미지, 아래는 장파장 이미지다. 사진=NASA/ESA/CSA.

수금지'화'목토천해. 화성은 지구에 가장 가까운 태양계 외행성이다. 그 만큼 이미 지구에서 수많은 탐사선을 보내 많은 진척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

웹으로 화성을 본다면 어떨까. 유럽우주국(ESA)은 19일(현지시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개최된 유럽행성과학총회(EPSC)에서 웹이 5일 근적외선카메라(NIRCam) 등을 이용해 관측한 화성의 데이터를 공개했다.

사실 화성은 웹이 관측하기 좋은 대상은 아니다. 135억년 전 초기 우주를 포착하기 위해 보다 먼, 희미하고 어두운 천체의 빛을 잡아내기 위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깝고 밝게 빛나기 때문에 오히려 관측이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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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적외선 스펙트럼. 사진=NASA/ESA/CSA.

그럼에도 웹은 새로운 시각으로 화성을 관측했다. 먼저 나사가 공개한 것은 단파장, 장파장 등 두 가지 종류의 근적외선 이미지다. 왼쪽이 참고용 이미지, 오른쪽 2개가 웹이 촬영한 이미지다.

단파장(오른쪽 위) 이미지는 태양 빛으로 밝아진 화성의 동반구 부분을 촬영한 것인데, 넓이 약 450km의 호이겐스 충돌구와 시르티스 대평원에 있는 검은색 화산암 등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장파장(오른쪽 아래) 이미지에서는 일몰 이후 식어가는 현상이 포착됐다. 가장 밝은 부분은 태양이 바로 위에 위치해 온도가 가장 높고 밝게 빛난다. 반면 북반구는 겨울을 겪고 있다.

분광법을 통한 행성 관측 기술의 위력도 확인했다. 분광법은 빛이 행성의 지표에서 반사돼 대기를 통과하면서 그 성분에 따라 굴절돼 각각 파장이 달라지는 현상을 이용해 행성과 대기의 화학 성분을 파악하는 기법이다.

이미 이번 이미지에서 화성의 먼지와 얼음 구름, 대기 성분, 지표 암석의 종류 등을 파악했다. 앞으로는 추가 관측을 통해 물의 존재 및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등의 존재 여부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명체의 흔적일 수 있는 메탄과 염화수소 등 유기화합물 여부를 확인해 논란을 종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극지방 오로라 · 위성 · 고리까지 선명한 ‘목성’의 새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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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 촬영한 목성. 사진=NASA/ESA/CSA.

지난 달 나사는 웹으로 촬영한 목성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7월 공개한 데이터를 식별하기 쉽도록 가공한 것이다. 기존에 공개된 목성의 모습과 색이 다른 이유는 웹의 적색·황록색·청색 등 3개의 특수 적외선 필터로 포착한 이미지를 가시광 영역에 맞게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목성의 ‘대적반’은 물론 옅은 고리, 극지방의 오로라까지 선명하게 담겼다. 먼저 목성 표면에 커다란 점 ‘대적반’은 지구 3개가 들어갈 정도로 큰 거대 소용돌이다. 이 거대 폭풍이 웹에게 흰색으로 표시됐다.

특히 웹의 사진에서 특별한 점은 극지방의 오로라다. 남·북극 대기 위에 형성된 붉은색 오로라가 보이고, 그 아래로 극지방 주위를 소용돌이 치는 구름과 안개가 황색과 청색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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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 촬영한 목성. 사진=NASA/ESA/CSA.

이와 함께 목성 빛의 100만분의 1밖에 안 되는 희미한 고리와 두 개의 작은 위성(아말테이아, 아드레아스)도 포착됐다. 또 다른 위성의 그림자와 화면 밖에서 목성의 위성 ‘이오’ 연출한 회절 스파이크도 눈에 띈다.

나사 연구팀은 “솔직히 이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한 이미지에서 목성의 자세한 특징과 함께 고리와 작은 위성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놀랍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