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반도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위력은 상상을 넘어섰다. 급격히 불어난 물로 인한 인명피해는 물론 경북 포항 등에서는 태풍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등 산업피해도 이어졌다. 힌남노로 인한 피해 신고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14호 태풍 '난마돌'에 이어 15호 '탈라스', 16호 '노루' 태풍 발달이 각각 예상된다.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9월이 태풍 트라우마로 얼룩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우리나라에 상륙해 일정 수준 이상 피해를 주는 태풍은 한 해 평균 3개 정도로 주로 7~9월에 집중된다. 문제는 태풍 강도다. 해를 거듭할수록 태풍 위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때때로 등장함은 물론 태풍의 잦은 출몰에 대한 여러 견해도 나온다. 과학계 역시 기후 이상, 즉 지구온난화에 따라 태풍 위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태풍은 북위 5도~20도 사이 북태평양 해역에서 발생하는 자연 현상으로, 초속 17미터 이상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는 강력한 열대 저압부(TD)를 주로 태풍으로 일컫는다. 이는 적도 지방을 향한 태양 복사열이 고루 분산되지 못한 채 특정 수역에 갇혀 생긴 강한 상승 기류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태풍은 그 규모와 함께 변화무쌍한 점으로 악명이 높다. 중심기압이나 풍속, 강수량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면서 태풍 경로부터 규모까지 예측 정보는 늘 불확실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태풍에 대한 통계적 분석이 어려우므로 '자연법칙' 격인 태풍 위력이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란 분석은 무의미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태풍에 대한 정확한 시뮬레이션 연구 등 각종 분석 결과들이 축적, 이를 통해 미래 기후 변화 예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기후변화와 인류 활동 사이 인과관계 역시 과학적 증명이 이뤄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소속 김형준 교수 연구팀은 일본을 포함하는 50여년간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으로 인한 호우 빈도 데이터를 분석, 그간 이뤄졌던 태풍으로 인한 호우 빈도 증가가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 영향을 배제하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혀냈다.
태풍 발생은 우연성 등이 주된 영향력 요소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현상이 태풍으로 발생한 호우 빈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동아시아에서 태풍에 의한 호우 발생 확률이 최근 반세기에 걸쳐 유의미하게 증가했음을 밝히고, 그러한 변화에 인류 흔적이 뚜렷함을 증명했다.
이처럼 기후 예측 시뮬레이션 등 기후모형 기반 과학기술이 발달, 이를 통한 기후변화 원인까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면서 과학계는 태풍 등 기후와 인과 관계성에 대해 다시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가져다줄 영향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 예측하고 그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위험성을 인류에게 다시 한번 경고하고, 기후변화 최소화를 위한 전 인류적 노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