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6.8% vs 42.8%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데 훨씬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활용이 오히려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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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업계 올해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16.1%를 기록했지만 국내 사업장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6.8%에 불과했다. 42.8%를 기록한 해외 사업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 넷제로(탄소 순배출 0) 등 친환경 경영이 화두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도 친환경 경영에 나서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오는 2030년까지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10여개 한국 협력기업이 계획에 동참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의 탄소중립 동참 요구는 갈수록 높아 가고 있다.

기업이 탄소 배출을 절감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에서의 재생에너지 활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이를 말해 준다. 올해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16.1%로 지난해 2.6%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했지만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6.8%에 불과했다. 42.8%를 기록한 해외 사업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사용률 차이가 큰 이유는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국전력공사에 녹색프리미엄을 납부하고 전기를 구매하거나 전력판매자와 직접구매계약(PPA)을 체결해야 한다. 녹색 프리미엄은 1년에 1~2회 경매방식으로 진행되고, 1년 단위 계약만 가능하다. 중장기 재생에너지 활용 전략을 세우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찰 횟수도 부족하다고 기업은 입을 모은다.

PPA 역시 송·배전망 수수료 등 부대비용이 20% 이상을 차지한다. 발전단가가 비싸다 보니 제도 시행 1년 3개월이 지났음에도 PPA 체결 건수가 4건에 불과하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격(REC)은 중국, 베트남 등에 비해 최대 10배 가까이 비싸다.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 동참을 위해 재생에너지 조달비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공정이 진화함으로써 전력사용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업 전력사용량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1위, SK하이닉스가 2위를 각각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주 205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발표했음에도 '불가능에 도전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생에너지 공급망 확대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 실천이 곧 기업 생존과 경쟁력에 직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해외에 비해 느리다는 것은 기업의 의지와 달리 어떤 걸림돌이 있다는 뜻이다.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좀 더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활용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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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섭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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