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항의 시위 격화…"진압 중 5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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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모습. 사진=이란 인터내셔널 캡처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20대 여성이 의문사한 사건을 두고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인권단체는 경찰에 의해 5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20일(현지시간) 반관영 파르스 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사건의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마슈하드, 라슈트 등 여러 도시에서도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Hengaw)는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총을 발포해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는 쿠르드족 거주지인 사케즈, 디반데레, 데홀란 등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5명의 사망자 외에도 진압 과정에서 다친 부상자가 75명에 달한다고 헹가우는 전했다.

앞서 아미니는 지난 16일 테헤란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받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고,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에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며 구타를 당해 숨졌다고 반박했다.

아미니는 당시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단속하는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에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

이슬람권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외출 시 여성이 무조건 히잡을 쓰는 곳은 이란이 유일하다. 이란에서 만 9세 이상의 모든 여성은 예외없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써야 한다.

아미니 사망에 분노한 이란 국민들은 진상 조사를 촉구하며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이는 테헤란에서 주변 도시들로 번졌다.

그러나 경찰 당국과 국영 매체들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을 부인하고 있다. 이란 국영 TV는 이날 다친 시위자가 “사망자는 없었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방송하며 ‘사망설’을 부인했다. 국영 통신사 iRNA 역시 일부 시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찰이 해산시켰다고만 밝혔다.

이스마일 자레이 쿠샤 쿠르디스탄주 주지사는 이날 언론을 통해 "최근 벌어진 시위로 3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이들의 죽음은 모두 적들의 음모"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쿠샤 주지사는 “사망자 중 한 명은 이란 경찰이나 군대에 사용하지 않는 무기에 의해 살해됐고, 또 다른 한 명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전날 수도 테헤란에서도 아미니의 죽음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최루탄 등을 사용해 시위를 진압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의문사와 히잡 의무 착용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게시되자 이란 당국은 인터넷 접속을 막기도 했다. 인터넷 통제 감시 사이트 넷블록스에 따르면 이란 쿠르디스탄주(의문사한 여성의 고향) 주도 사나다지에서는 19일 오후 4시∼8시 사이에 3시간 30분가량 인터넷 접속이 차단됐다.

국제 인권단체와 미국에서도 이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에서 "마흐사 아미니의 석연찮은 죽음의 경위와 고문 의혹 등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에 "우리는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심히 우려한다. 그는 구금 중 폭행당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썼다.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이란 지도부가 이례적인 진화에 나섰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20일 유족들에게 대표단을 보내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 순찰대'의 단속 및 조사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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