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수족 역할을 해 온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지도자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전쟁 중 보인 그의 이례적 행보에 ‘푸틴에 원하는 것이 있어서’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카디로프는 3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내가 쫓겨나기 전 (직접 물러날) 시간이 온 것 같다”며 사임 의사를 밝히는 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오늘 체첸공화국을 15년 동안 이끌어 온 내가 러시아 연방 자치공화국 현직 수장 중 가장 오래 재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체첸에는 아무리 존경하고 오래 기다린 손님도 때에 맞춰 떠나야 더 좋아한다는 속담이 있다. 오래 머무르다 미움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2004년 피살된 아흐마트 카디로프 초대 체첸공화국 대통령의 아들인 카디로프는 2007년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체첸의 사실상 독재자로 군림해온 인물이다.
카디로프는 푸틴을 위해 체첸군을 사병처럼 부리며 ‘러시아 용병’ 역할을 자처해왔다. 정치적 반대와 성소수자 탄압을 위해 납치, 고문, 살해 등 방법을 동원했으며, 지난 4월에는 우크라이나 민간인 고문 및 살해 배후에 체첸이 있다며 우크라이나로부터 전쟁 범죄로 기소됐다.
자유유럽방송(RFE) 등은 그가 과거에도 비슷한 사임 의사를 밝혔다가 결국 유임됐던 것을 언급하며 “푸틴에게 어떠한 ‘호의’(favor)를 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에스토니아 요한 쉬테 정치학 연구소 소속 이반 클리스츠는 “이러한 공개적 표현은 그가 푸틴으로부터 무언가 얻고 싶어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는 카디로프가 러시아 근위대 고위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분석 플랫폼 ‘리들 러시아’의 안톤 바르바신 편집국장은 “발표 시기가 독특하다”며 “최근 러시아 지도층 내 전반적인 분위기에 반(反)하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가 실제로 자진 사임한다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전례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디로프가 사임한다면 러시아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영국 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전망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