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로드맵…이르면 4분기 신청
정부 기술개발 사업 중 최대 규모
기술 상용화 등 각국 앞다퉈 투자
제2 반도체급 미래기술 육성 속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년 동안 최대 2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는 양자기술개발사업(가칭) 예비타당성조사를 이르면 올 4분기에 신청한다. 양자인터넷, 양자센서, 양자컴퓨터를 제2의 반도체급 미래 성장 기술로 육성하기 위한 행보다.
과기정통부는 양자기술 개발사업을 위한 연구와 기획보고서를 작성, 2024~2033년 총 2조원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양자기술 개발사업은 과기정통부의 역량을 총결집해서 진행된다. 1차관은 양자컴퓨팅과 양자물질, 2차관은 양자 통신·센서·소재부품장비(소부장)·인프라 개발을 각각 전담한다. 과기혁신본부는 1·2차관의 기획을 토대로 11월 양자기술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로드맵을 바탕으로 예타를 신청할 계획이다.
양자 통신·센서·소부장·인프라 등 분야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약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양자통신은 양자인터넷 시대로 향하는 교두보 역할이자 핵심 기술로 개발한다. 양자인터넷은 가장 낮은 에너지 단위인 양자의 중첩·불확정성·비가역성·얽힘 등 특성을 이용해 해킹이 불가능하고, 인터넷 전송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미래 기술이다. 현재 암호키 분배에 양자를 적용한 양자암호통신이 상용화돼 있다. 과기정통부는 양자 중계기 등을 개발해 양자통신 기초기술을 확보해서 미래 양자인터넷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자 센서는 일반 운동법칙보다 낮은 수준의 에너지를 보유한 양자의 특성을 활용한다. 외부의 미세한 에너지 변화도 감지하는 자율주행자동차·위성·위치측정 등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관련 소부장 기술을 확보한다.
양자컴퓨팅 분야에도 1조원 규모의 예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까지 초전도체 기술 등을 응용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50큐비트(양자 단위)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사업과 연계, 예산을 투입한다. IBM은 지난해 127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을 알렸다. 한국도 처지지 않도록 기초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2조원은 정부 기술개발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정부는 미개척지와 다름없는 양자시장에서 기술을 확보,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양자기술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과기정통부는 2017년 양자정보통신 명목으로 예타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구체 성과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기반이 조성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서 양자암호통신 등 분야에서 양자기술이 상용화되고, 글로벌 기업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이 수조원을 들여서 양자기술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국가 차원의 준비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랐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