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에 2016년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위기를 겪으면서 대규모로 편성된 R&D 금액 집행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 한전의 재무위기가 지속될 시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 전반의 투자 동력이 약화될까 우려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상반기 R&D에 1342억9000만원을 집행했다. 이는 2016년 상반기 1291억9200만원 이후 가장 낮은 집행금액이다. 한전은 올해 R&D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4554억원을 책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재무위기로 인해 연 단위로 편성된 R&D 금액 집행을 최대한 지연하고 있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인건비 등 경직성 비용을 제외한 한전의 순수 R&D 비용은 2000억원 수준”이라면서 “연간 R&D는 그대로 하되 분기별로 하는 R&D 집행은 최대한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우리나라 에너지 R&D 투자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흐름이 확연해지고 에너지안보가 불거진 상황에서 미래 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전이 책정한 연간 R&D 예산은 2017년 4362억원, 2018년 4307억원, 2019년 4270억원, 2020년 4449억원, 지난해 4554억원을 책정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455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특히 올해는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에 기여하기 위한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기술 개발,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 기술개발 등 난도가 높은 과제들이 다수 배치됐다.
한전의 재무위기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에너지산업 투자동력이 약화될까 우려된다. 한전은 국내 에너지기업 중 '맏형' 역할을 하며 선도적인 기술개발을 앞서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는데 비해 전기요금은 소폭 인상에 그치면서 재무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올해는 채권을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현 상태로는 내년에는 채권 발행마저 중단될 위기다. 한전의 R&D 투자가 약화되면 에너지산업 생태계 전반이 취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