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플랫폼과 입점업체, 소비자 간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은 민간 자율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플랫폼 시장 독과점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공정거래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일 공정위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플랫폼 규제 정책에 “민간 자율규제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기업의 거대화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불공정거래 관행과 독과점 이슈가 증가하고 있다. 조성욱 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했으며 구글과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공정위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 기조가 다소 바뀔 전망이다. 공정위가 법을 통해 규제하기보다는 민간에 우선 맡겨본다는 취지다. 한 후보자도 중점 추진해야 할 정책 중 하나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혁신성장과 공정거래를 촉진할 수 있는 자율규제 시스템 마련·지원'을 꼽았다. 온플법에 대해서는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경우 자율규제 도입과정 및 성과, 관계자 의견을 국회에 설명하겠다”해 자율규제를 우선 추진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과 같은 구조적 문제까지 자율규제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피력했다.
한 후보자는 “거대 플랫폼의 경쟁사 배제, 경쟁제한적 M&A 등 시장 독과점적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근본적 문제는 공정거래법을 엄정히 집행하겠다”며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상 위법성 심사기준에 디지털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고 앱마켓, 반도체 등 독과점적 시장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는 분야는 법집행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기업 독과점이 민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존재한다고 봤다. 한 후보자는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출현, 시장 창출 등 혁신 경쟁을 촉진하는 측면이 있는 한편 일부 시장에서는 독과점적 지위를 획득해 입점업체나 소비자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플랫폼 수수료로 소상공인 부담이 가중되고 이러한 비용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민생 물가 상승을 초래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판단된다”고 답했다.
유럽연합(EU), 미국과 같은 강력한 빅테크 규제가 당장 도입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 후보자는 “거대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은 공정거래법의 엄정한 집행을 통해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국이나 EU에서 논의 중인 강도 높은 규제 법안을 국내에 도입하기보다는 시장상황에 맞춰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현행 대기업집단 규제 기준이 '자산총액'에 맞춰져 있어 플랫폼 및 IT기업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대기업집단 시책은 경제력집중 억제를 위한 것으로 자산총액이 아직까지는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는 “플랫폼과 IT 주력 기업들도 다른 업종의 계열사를 다수 포함하고 있으므로 특정 기업집단에 대해서만 별도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전통적인 기업집단과 상이한 성격의 기업집단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있는 만큼 규제 합리성을 제고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