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군이 30일 대만 영역으로 들어온 중국 무인기(드론)를 향해 실탄으로 경고 사격했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 심화 국면에서 이 같은 경고 사격은 사상 처음이다.
30일(현지시간) 대만중앙통신(CNA)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중국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지시함에 따라 대만군이 무인기에 실탄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후 5시 59분(현지시간) 얼단 지구의 해상 통제 구역 상공에 무인기 1대가 진입하자 ‘실탄 방어 사격’을 했다는 것이 대만군 진먼방어사령부의 설명이다.
이번 경고 사격에 앞서 이날 오후 다단(大膽), 얼단, 스위(獅嶼) 등 진먼 섬 주변 섬에서 민간용 무인기 3대가 대만군에 발견됐다. 대만군이 신호탄을 발사하자 무인기는 샤먼 방향으로 날아갔었다.
그 이후에도 무인기 1대가 다시 얼단 지구 해상 통제 구역 상공에 진입하자 대만 군은 절차에 따라 1차 경고했고, 무인기가 떠나지 않자 대만군은 ‘실탄 방어 사격’을 했다. 해당 무인기는 약 1분 만에 다시 샤먼 방향으로 날아갔다고 CNA는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중국과 대만의 갈등 심화 국면에서 대만군이 중국 드론을 향해 이 같은 경고 사격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고조된 이후 진먼섬과 부속 섬에 날아드는 중국 드론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일 이후 중국 드론이 23차례 출현했다.
이번 경고 사격은 중국 드론의 잦은 출현에 군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대만 내 비판 압력이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지난 25일에는 얼단 섬의 경계 초소에서 근무하던 대만군 병사가 상공에 나타난 드론에 돌을 던져 쫓아내려고 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대만군 당국은 중국 드론 등의 출현 때 경고음·방송·신호탄 발사 등을 통해 영공 밖으로 쫓을 계획이지만, 그래도 퇴각하지 않는다면 격추 등의 적절한 조처를 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차이잉원 총통은 30일 대만 서부 해안 펑후 군도 해군기지를 방문해 “적이 도발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침착해야 한다. 분쟁을 유발하지 않고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도 “필요하면 강력한 대응을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실탄 경고 사격이 이뤄졌다.
중국은 이와 관련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난 27일 중국 외교부는 무인기 출현에 대해 “소란을 피울 일이 아니다. 중국 드론이 중국 영토를 비행하는 데 놀랄 일이 뭐가 있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