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할리우드 또는 버스트'에 나왔던 정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가장 오래된 제작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픽처스 스튜디오'의 1번 스튜디오로 이어지는 문이다.
1922년에 지어진 문 상단에는 '파라마운트 픽처스'라는 표기가 선명하지만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영화 속 주어진 상황에 맞게 컴퓨터그래픽(CG)으로 수정,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됐다. 첫 번째 비밀이다. 때로는 할리우드 소재 영화에서 엑스트라를 구하는 인력시장의 배경이 되기도, 때로는 연인이나 친구가 거니는 거리가 되기도 했다.
스튜디오는 1920년을 전후해 조성되기 시작했다.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미국 영화·드라마계의 산실이다. 영화 '대부' '미션 임파서블' '인디아나 존스' 트랜스포머' '타이타닉' '포레스트 검프' 등 수천편의 영화가 제작된 공간이다.
스튜디오 투어 시작과 동시에 파라마운트가 기획·제작한 영화가 수상한 오스카 트로피를 직접 보고 만져볼 기회가 주어졌다. '대부' '타이타닉' 등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픽처스를 수상한 트로피 5개가 전시돼있다. 트로피 아래를 살피면 특정 트로피가 4개 트로피와 다른 점이 있다는 게 두 번째 비밀이다.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는 32동까지 있다. 그러나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는 총 29개동이다. 세 번째 비밀이다. 13동은 '13이 불길한 숫자(서양 문화)'라는 점을 고려해 처음부터 없었다. 10동과 22동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스튜디오다. 각 스튜디오 정문에는 현재 촬영 중인 작품뿐만 아니라 과거에 해당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작품 리스트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스튜디오를 지나자 LA와 뉴욕 거리를 재현해낸 야외 상설 스튜디오가 나타났다. LA에서 미국 동부 뉴욕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장소다. 3층 규모 배우·스탭·엑스트라 대기 건물과 상시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간이시설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부스와 식당, 배우가 스튜디오 촬영 중 대기하는 트레일러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또 '타이타닉'처럼 대형 수상씬이 필요한 영화 촬영을 위해 주변보다 낮게 구역을 설정한 공간도 있었다. 평소엔 주차장으로 쓰고 촬영할 때에만 물을 채워 바다나 강 등 배경을 구현한다.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는 원인 모를 몇 차례 화재를 겪었다. 스튜디오 내부가 전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촬영이 마무리된 필름도 소각되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스튜디오가 에어컨, 조명, 온열기구, 특수효과 장비 등 전기배선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화재 발생에 취약한 스튜디오 구조를 고려, 파라마운트는 각 스튜디오마다 물기둥을 구축하고 전기배선을 구역별로 정리하는 등 화재에 대비했다. 불에 타지 않는 특수 필름을 제작해 사용한다.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발명이었다.
파라마운트는 스튜디오 투어 초입에 오스카·골든글로브상 등을 수상하고 1959년 작고한 거장 세실 B. 데밀 영화감독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은 스토리텔링'이라는 명언을 형상화했다. 파라마운트의 지향점이다.
에멀슨 테일러 파라마운트 스튜디오 투어매니저는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는 할리우드 영화 역사이고 로고는 스타가 되기까지 여정을 의미한다”며 “지금도 '닥터 필' '더 루키' 'NCIS-LA' 등 드라마와 제목이 확정되지 않은 영화 등 다양한 작품 촬영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라마운트는 현재 국내에서 CJ ENM·티빙과 협업하고 있다. CJ ENM은 파라마운트 산하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 플루토TV에 채널을 론칭했고 티빙은 파라마운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파라마운트플러스'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브랜드관 등 협력관계다.
로스앤젤레스(미국)=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