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 빗물터널 우선 설치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수해 예방 대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환경부에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ICT·과학기술을 활용한 홍수 예·경보체계 구축과 물재해 방지 인프라 확충 등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지하저류시설)을 방문해 시설을 점검한 뒤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백년대계 치수(治水) 대책' 추진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찾은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은 수영장 160개 분량 물(총 저수용량 32만㎥)을 저장할 수 있는 국내 최초 지하저류시설이다. 집중호우시 신월동과 화곡동 등 인근 지역(총 12.5㎢)에 내린 빗물을 일시에 저류했다가 호우가 끝나면 펌프장을 통해 안양천으로 배출한다.
고질적 상습침수지역이던 신월동 일대는 해당 시설이 운영된 이후 대규모 침수 피해에서 벗어났다. 이번 폭우에서 양천구가 강남구에 비해 피해가 덜 한 이유기도 하다. 해당 시설은 이번 폭우 때도 8일과 9일 이틀간 총 22만5000여㎥ 빗물을 일시에 저류해 수해 피해를 예방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시설 운영 현황과 기능을 집중 점검한 뒤 “서울시가 2011년 발표한 상습침수지역 7곳에 대심도 빗물터널 건축계획이 당초대로 설치됐다면 국민 생명과 재신 피해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울시의 건축계획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취임 이후 대규모 토목공사를 지양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이 일상화(뉴노멀)되면서 우리나라도 6~7월 장마철이 지나고 다시 폭우가 내리는 양상이 고착화되고, 전례 없는 기록적인 폭우가 언제든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심도 빗물터널 건설과 같은 근본적인 도시안전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면서 침수 우려가 큰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일대에 우선적으로 대심도 빗물터널을 설치하도록 기획재정부와 환경부가 서울시를 재정적·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하라고 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