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100일 기자회견]산업경제 중시 유능한 정부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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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출범 후 100일간의 성과로 '민간 중심 경제정책'과 '첨단 과학기술·미래산업 육성'을 첫 번째와 두 번째로 꼽은 것은 현 국정 상황과도 밀접하다. 이들 성과는 진영 대립 같은 논란을 피할 수 있는 데다, '경제'와 '산업'을 중시하는 '유능한 정부'와도 코드가 맞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이전, 역대 최초 대통령 도어스테핑 도입, 대통령실 규모 축소, 노사문화 정립, 한일관계 등도 성과에 포함됐지만, 후순위였다.

◇산업·경제 앞세운 尹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이 배포한 공식 자료와 달리 10대 성과 순서를 바꿔 대국민 보고했다. 대통령실은 배포 자료에서 윤석열 정부 100일 10대 성과로 △국민소통 △탈제왕적 권력 △대한민국 정체성 △민간주도형 경제정책 △서민경제 △집값 △탈원전 폐기 △반도체 등 첨단 과학기술 △방위산업 △법과 원칙의 노사문화 순으로 성과를 정리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이날 첫 번째 성과로 민간주도형 경제정책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렸던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정부의 재정만능주의, 무분별한 시장개입을 차단했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로봇과 전기차 충전기 관련 규제 등 핵심 규제 철폐를 시작한 것도 성과라고 봤다. 법인세제 최고세율 22%로 인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기업승계 지원, 공공기관 혁신과 정부위원회 감축 등도 추진했다.

윤 대통령은 “첨단 과학기술 혁신과 미래산업 육성은 우리 경제의 더 빠른 도약과 성장의 핵심”이라며 두 번째 성과로 반도체 등 첨단 과학기술을 꼽았다. 주요 산업별 전략도 하나씩 구체화하고 있다며 반도체를 예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미래산업의 핵심이자 국가안보 자산”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 속 국가의 생존이 걸린 과제”라고 표현했다. 기업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시스템반도체 선도기술 확보, 소부장 생태계 구축 추진 등을 담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주요 성과로 소개 했다. 디지털경제 시대 국가전략산업으로 '사이버안보'를 선택해 집중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성과라는 게 윤 대통령 판단이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다른 성과와 달리 소주성 폐기를 필두로 한 민간중심 경제정책으로 변화, 반도체 등 첨단 과학기술, 미래산업 육성은 이견 없는 윤석열 정부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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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심, 겸허히 받들겠다”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국정운영 방향은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상기했다. 윤 대통령은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지를 거둔 국민에게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이고, 둘째도 국민의 뜻이다. 국민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 뜻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그 뜻을 잘 받들겠다”고 했다. 인사 실패에 대한 지적에도 “지금부터 다시 다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다만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선 “정치적인 목적으로 (쇄신)해서는 안 된다.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인적 쇄신을 국면 전환용 카드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북한에 대해선 광복절에 이어 비핵화 대화를 제안했다. 남북·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무기 체계의 군축 논의 등 정치·군사 분야 지원책도 처음 밝혔다. 광복절에는 경제 지원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도와주겠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또 힘에 의한 북한 현상(체제) 변경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김씨 일가 세습 체제에 대한 언급으로 읽힌다.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해선 “남북 정상 간, 주요 실무자들의 대화·협상이 정치적인 쇼가 돼서는 안 되고 실질적인 한반도·동북아 평화 정착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북한에 대한 윤 대통령 제안은 취지와 달리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없다”면서 “북한 핵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실질적인 대북정책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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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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