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JY표 리더십 표출…회장 선임 논의도 제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15 특별사면으로 경영활동 보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동시에 시장의 냉철한 평가를 마주한다. 아직 삼성그룹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인한 재판이 남아있지만 이번 사면으로 본인의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1차 기반은 마련됐다.

이 부회장은 수년간 사법리스크로 리더십 발휘가 어려웠던 탓에 강력한 카리스마로 지금의 삼성을 만든 선대 회장과 비교해 색깔이 옅은 것으로 인식됐다. 삼성은 '사업보국' 이념을 정립한 이병철 회장부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까지 카리스마 있는 오너의 리더십 아래 정상 궤도에 올랐다.

반면에 이 부회장은 선대 회장과 비교해 역량을 펼치기 힘든 분위기였다. 수년간 사법 리스크에 묶여 제 색깔을 나타낼 기회가 적었다. 이 부회장은 내부적으로는 바이오,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함께 반도체, 스마트폰 분야가 선두로 올라서는데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잇따른 변수로 부침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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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의 다양한 사업을 확대하고 한미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 등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도 주목받았다.

극적인 리더십 발휘가 필요한 상황에서 늘 그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사법 리스크였다.

다른 재계 3세 경영인이 별다른 부침 없이 그룹을 이끈 것과 대조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를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꾀하며 리더십을 키웠다. 구광모 LG 회장은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계열 분리 등 과감한 사업 재편으로 실용주의 오너 이미지를 구축했다.

현재 삼성은 주력인 반도체 시장에서 어느 때보다 경쟁사 위협이 커졌으며 스마트폰 사업 역시 수요 둔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위기에 봉착했다. 수년간 사법리스크 속에 혁신 타이밍을 미뤄온 터라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는 이번 복권을 계기로 이 부회장 리더십 강화를 위한 회장 선임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부회장에 오른 뒤 10년째 같은 직함이다.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 '제2의 창업'에 준하는 뉴삼성 혁신 메시지와 함께 리더십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투자와 기존 사업 계획 등 시급한 과제가 많은 만큼 시간을 두고 회장 선임을 논의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동안 국내 최고 기업 총수라는 타이틀과 별개로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서 “회장 승진을 통한 리더십 강화도 방안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다 여전히 진행 중인 재판이 있기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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