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곧 장르'…조던 필 세번째 미스터리 영화 '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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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놉’ 포스터.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예측할 수 없는 미스터리 스릴러 ‘겟아웃’과 ‘어스’로 수많은 마니아를 양성한 조던 필 감독의 세번째 영화가 17일 국내 관객을 찾는다.

‘조동필’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한국에서 특히 사랑받은 필 감독의 세 번째 공포영화 개봉에 기대가 높았다. 예고편 공개 당시에도 달리는 말, 나부끼는 바람 인형, 하늘에 떠 있는 미확인 비행물체까지 어느 것 하나 전개를 예측할 수 없어 오히려 기대된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연기하는 말을 제공하는 말 농장에서 시작한다. 어느 날 아버지 ‘오티스 헤이우드 시니어’(키쓰 데이빗 분)는 하늘에서 떨어진 동전에 맞아 사망하고 만다. 아버지로부터 말 농장을 이어받았지만 영화산업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OJ 헤이우드’(다니엘 칼루야)와 미디어에서 주목받길 원하는 동생 ‘에메랄드 헤이우드’(케케 파머)는 생계를 위해 함께 일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돈이 부족해지면서 헤이우드 남매는 ‘주피터 파크’에 말을 팔게 된다. 주피터 파크는 아역 스타로 유명세를 얻은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이 운영하는 테마파크. 동시에 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목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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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놉’ 스틸컷.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가장 팬들의 기대가 높았던 공포 부분은 다소 실망스럽다. 필 감독이 "사람들이 영화 '죠스'에서 바다 표면을 바라보던 것처럼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하늘의 구름을 봤으면 좋겠다"라고 의도한 부분은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

영화를 볼 때는 구름을 볼 때 다소 섬뜩하지만, UFO 비슷한 ‘그것’의 정체가 우리의 일상과 완전하게 동떨어져 있어서 ‘미지의 공포’ 라기보다는 남의 얘기처럼 느껴진다. 바다를 보면 상어가 나타난 사례가 있으니 무섭지만 구름 속에 숨은 ‘그것’은 겪어보지 못해 무섭지가 않다.

예고편의 빠른 속도감은 긴장감을 고조시켰는데 실제 영화에서는 이 같은 긴장감이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만 조금 느껴진다. 지나치게 미지의 것을 강조하고 화면이 뚝뚝 끊겨 이게 정말 무서운지 이해가 안 된다.

주인공들의 매력도 전작들에 비해서 떨어진다. 묵직하게 극을 이끌어나가는 다니엘 칼루야의 연기는 스토리의 개연성을 더하지만, 여동생 에메랄드와 전자매장 직원 엔젤의 추진력, 촬영감독 앤틀러스 홀스트(마이클 윈콧)의 광기가 피곤하게 느껴진다.

다만, 볼거리는 확실하다. 화면을 꽉 채우는 ‘그것’과 구름 가득한 하늘,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말 농장의 탁 트인 벌판, 서부극의 매력이 담긴 주피터 파크까지 거대한 스케일이 관객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필 감독이 그리고자 하는 메시지를 해석하는 재미도 남아있다. 관음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도 다룬다. 주프는 과거 '아시안' 아역배우로 사랑받았지만 관심의 폭력에 노출된, 어떻게 보면 침팬지 고디와 비슷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디가 마지막까지 해를 가하지 않은 인물이지만, 성인이 된 주프는 관심의 폭력을 행하는 가해자가 되면서 상황이 뒤바뀐다. 필 감독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인종차별 이슈는 헤이우드 집안과 아시안 아역배우를 통해 다룬다.

이 영화의 장르는 SF 스릴러라고 단언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 남매의 이야기를 다루는 가족 드라마이면서 미디어를 비판하는 사회 드라마, 미지의 것이 주는 공포를 담은 호러 영화기도 하다. 장르를 굳이 말하자면 ‘겟아웃’, ‘어스’처럼 ‘조던 필’이 장르다. 특정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추천하기 애매하고, 조던 필 영화의 마니아 관객에게만 추천한다.

담고자 한 메시지가 많은 ‘놉’은 관심을 갈구하는 영화 산업의 이면을 비판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방향성을 잃은 것 같다.

한편, 영화 ‘놉’은 오는 17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30분, 12세 관람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