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우종 아시아개발은행(ADB) 사무총장이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폭염·홍수·가뭄 재해가 급증하자 역내 물안보와 복원력 강화를 위한 역내 국가의 포괄적 협력을 촉구했다.
엄 총장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필리핀 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리는 '2022 아시아 물포럼(AWF)'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ADB 아시아 물 개발 전망 2020'에 따르면 ADB 49개 개발도상국 중 22개국은 '물 취약' 지역이며 아태 인구의 약 절반인 20억명이 영향권에 있다. 지난 10년 동안 ADB 개도국에서 약 3만1000명이 홍수로 사망했고 490만명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아태지역은 최근 수년 동안 홍수·가뭄 등 물 재해가 더 빈번해지고 악화하고 있다. 역내 시민 5억명이 기본적인 물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 11억4000만명이 위생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태지역은 도시화와 인구증가가 야기하는 물공급 부족, 수질 악화도 문제다. 2030년까지 아시아 인구 55%에 달하는 25억명이 도시에 거주하게 돼 물 수요도 또한 5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이 아시아 담수 소비 70%를 차지하는 데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수자원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 동안 아시아 주요 하천 오염이 50% 증가했고 염분도 3분의 1 이상 증가했다. 폐수의 약 80%는 처리되지 않고 수역으로 배출되고 있다.
ADB는 '2030 전략'을 수립해 2021~2023년 연 평균 약 40억달러를 아태지역 복원 및 물안보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다.
엄 총장은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 받고 식량 안보 위기에 직면했고 기후변화가 물 분야 등에 끼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물 안보와 복원력 강화를 위한 ADB 지원을 4배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B는 지난 9일 '아시아·태평양 물안보와 복원력'을 주제로 '2022 AWF' 개막식을 열었다. 11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아태 역내 개도국 정부, 수도시설·개발 파트너, 민간기업, 물기관, 연구센터,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아태지역 물안보 역량 강화를 목표로 '아시아·태평양 물복원 허브'가 출범된다. 허브는 역내 정책입안자, 물기관 관계자 등이 하나의 스마트 시스템에서 물복원 강화를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데이터·디지털 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엄 총장은 ADB 지속가능개발·기후변화국장을 거쳐 작년 2월 ADB 사무총장에 선임된 바 있다. ADB에서 27년 이상 근무한 국제개발 분야 전문가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기후변화 대응 등 업무를 담당해왔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